선과 악을 다루는 자세
며칠 전 회식을 고깃집에서 했는데 그때부터 잔기침이 다시 생겨서 덜컥 겁이 났다. 아직 큰 문제는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날씨가 좀 추워지기 시작하면 기침이 제일 난감한 증상이니까. 한번 시작하면 몇 달을 못 고친 적도 여러 번이라 살짝 걱정이다. 요즘 코로나 이후로 나와 비슷하게 기침을 오래 하는 사람들이 좀 많다고 들었다.
나는 20년 정도 전부터 이 문제로 자주 애를 태웠다. 수많은 병원을 지칠 정도로 다닌 결과 기관지성 천식이라고 하는데 천식은 병은 아니라 증세일 뿐이라서 정말 치료하기가 어렵다. 거금을 투자해서 지은 한약으로 일단 가장 기침이 심할 때 좀 다스린 적이 있다.
하지만 완치라는 건 어렵고 평생 관리라고 말씀하셨다. 기침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따뜻한 차와 민트 등 항상 챙기자. 앞으로 더 기관지 관리에 주의하도록 해야겠다.
목은 항상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고, 공기질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환기가 안되거나 연기가 많거나 먼지기 많은 지하 등의 공간에 다녀오면 기침이 난다. 물론 감기 바이러스 침투로 인한 감기가 겹칠 시에는 두말할 나위 없는 문제적 상황이(마지막 잎새 느낌… ‘잘 있어라 세상아’) 되는 것이고.
예전에는 인지를 잘 못하고 마구 찬바람 쐬며 이곳저곳 풀어놓은 망아지 마냥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콜록거리곤 했는데 이제는 (연세가 연세인지라…) 몸을 조심하게 된다. 컨디션 회복하는데 노력이 너무 많이 드니까 이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들의 목관리 방법 등을 봤는데 좀 참고가 될 것 같다.
오래간만에 성당 청년미사에 참석했다. 우리 동네가 원래 이곳에 오래 살던 분들이 많고 은퇴한 노부부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청년미사’ 시간인데 청년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다. 천주교가 앞으로 지금처럼 젊은 세대에 대한 전도에 소극적이라면 성당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미사가 끝나고 남은 건 악의 유혹에 대한 자세였다. 눈을 빼고 팔다리를 잘라 버려서라도 악에 담그지 말라는 것과 누군가 악을 행하도록 만들지도 말라는 것에 대한 말씀이었다.
난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절로 우리 미디어가 얼마나 많은 악을 갈등의 소재로 무차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신경이 자연스럽게 옮겨진다.
스티븐 핑거 등 우리 안의 선과 악에 대한 논의를 유의미하게 다른 저서들이 많다. 나는 그전에 <휴먼카인드>라고 하는 책을 올해 알게 되어 잘 읽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 한번 간단하게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책장에서 눈을 감고 쓱 손을 멈췄을 때 걸린 책을 펼쳐보았자. 존 치버의 일기였다.
우리는 혼자서 악에 맞설 수 없다. 혼자만의 방법으로는 마음과 영혼을 정화할 수 없다.
- 존 치버의 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