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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Jan 27. 2017

기호

시작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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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호이자, 기호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체로 거르지 않고, 모두 들었다. 아무것도 상처가 아닌 것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위악의 언어를 골라 썼고, 살기 위해 위선의 언어를 배워 섬겼다. 나는 그 말들이 모두 아팠다. 하지만 그 병은 곧 낫게 된다. 그때 나의 본질은 연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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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사느니만 못한 죽음이었고, 어떤 것은 죽느니만 못한 삶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길 좋아하고, 그것들을 뇌수 깊이 새겨 넣어 다시 느껴보았다. 어느 것도 고단하지 않은 삶이 없었다. 그들은 마음의 초라함을 감추고 싶어서, 더욱 비싸지만 얼룩진 모습이 되었지만. 간혹 내면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가난하지만 숭고한 표정을 띄기도 했다. 나는 그 차림과 자세가 너무 슬펐지만 그들은 똑같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 모두가 마음이 쓰였다. 공연이 끝나면 압생트를 혼자 마시는 거리의 광대 사진이 실린 사진첩을 어느 병원 의자에 앉아서 본 일을 기억한다. 그때 나의 본질은 웃으면서 울고 있는 삐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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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책을 읽고, 보고싶던 영화를 여러 편 보고, 토끼와 함께 산책을 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조용히 먹는 시간이 이어지는 쉼이 가득한 날들이었다. 나는 온전했고, 웃어도 울어도 어떤 옷을 입어도 혹은 입지 않아도 아무도 보지 않아 편안했다. 어디든 흘러가는 대로 걸었고, 그 곳에서 보는 세상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티비는 필요 없고, 오직 라디오가 있고 양초와 노트가 있는 밤은 완벽했다. 그런 날은 아무 것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작은 산책 외에는 온 종일 집에 있으니,사람들을 듣거나 보지도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면 우주가 내려와 함께 있었고, 모기향을 보고 있으면, 소용돌이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내가 영혼으로 이뤄진 존재이고, 모두가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나의 본질은 공기의 작은 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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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거울 일지도 모른 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 전 내 모습을 한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 속에는 모두 내가 있어서, 나는 그들을 보고 계속 생각을 한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 지 보다, 지금 뭘 하는 지,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갈 지가 궁금하고, 그 단서를 아주 작은 말과 행동에서 알게 된다.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그들이 사는 시의 세계에 대해 언젠가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나를 닦기 위해서, 남을 비추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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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가 되었다면,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제, 휴먼디자인 전문가와 상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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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처방전


병원 가려면 커피숍,

약이 필요하면, 가벼운 술과 담배,

가끔 왕진을 가듯 산책,

맛집으로 요양,

수술이 필요할 때는 찜질방이나 가


최후의 수단은

글을 쓰지 않는 것

마음의 문을 잠시 닫아 걸어 놓는 것


하지만 그럴려고 내가

여기까지 버텨 살아온 것은

결코 아니다.

지지 말자 세상과 또 나에게.


목표로 세워둔 것들은

이루고, 이겨내자.

그게 중요해.


이번주엔

미사 드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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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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