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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 Jun 23. 2015

아워북스 세번째 :  결국, 행복

일, 버트런트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1.

이번주는 버트런트 러셀이 1930년대에 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고전 에세이를, 김영하의 팟캐스트에 소개된 것을 기반으로 대화를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 총리 가문 출신인 역사적 엄친아로, 요즘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다양한 생각들을 남겼습니다.

러셀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지배 계급이 노동 계층에게 심어준 노예 근성중의 하나이며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며 다소 게으르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일부 귀족들은 “가난뱅이들이 휴일에 도대체 뭘한다는거지 그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라고 까지 말했다고 해요.

“내가 근로시간이 4시간으로 줄여져야 한다고 말할 때에는 그저 나머지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다. 4시간의 근로시간을 가지고 기본생활과 편의를 충족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신에게 알맞게 쓰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사회 체제이건 지금보다 교육의 기회를 더 늘려야 하고, 그 교육은 사람들에게 여가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는 지식인인 척하게 만드는 그러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드 러셀

그가 정의하는 ‘일'은 특정 대가를 받기 위하여 하는 의무라는 개념이 강하고, 일반인들도 ‘여가'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도록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여가’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적 감상을 덧붙이자면, 요즘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형편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강요 받는 것 같아 버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셀의 일에 대한 생각은, 일과 자아를 분리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해야하는 일을 좋아하는건 선택의 자유이지만, 좋아하는 것 까지 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 놓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정말로 행복한 순간은 자유로운 시간을 온전히 즐길 때 온다고 생각합니다. 러셀에 따르면 그중에 하는 일의 1%정도는 인류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 입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가 노동시간을 평균화 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철저히 지배 계급의 기준에 맞추어 인간을 재단하고자’하는 공산주의와 파시즘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여가의 결과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개성을 존중합니다.

러셀의 주장은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사회 구조가 변해가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속 빈부 격차는 해도 해도 너무 한데다가, 점점 더 벌어지기만 하는 실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이 너무 많아 과로에 시달리지만, 다른 한 쪽의 사람들은 일이 없어 굶주립니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닌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 생산은 결국 노동자를 파산에 이르게 합니다. 사회의 적정 소득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4시간만 열심히 일하면 최하위 계층의 생존의 필요가 충족되는 그 정도 일까? 라고 마음대로 가늠해봅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서로 4시간 씩만 일하기로 하고, 남는 시간은 마음껏 여유를 즐기며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과 번영에 이루는 길을 조직적으로 이루어가면 어떨까요?

2.

서로 다른 시기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보통 때는 하기 좀 머쓱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분의 말을 빌리자면, ‘남들 사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한’, 그러면서 은근히 힘도 얻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에서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미리 준비한 질문들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요즘은 무슨 일 하세요?’ 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무섭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 그런 면에서 “고래를 보는 일"을 새 직업으로 삼으신 멋진 분을 응원합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열심히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주말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립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것만 지나면 행복이 온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억누르고 열심히 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을 부르는 생각의 습관이라고 합니다. 절대 그렇지만은 않은거, 다들 자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잖아요. 그런 보상 심리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일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며,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찾아와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각자의 일을 하며 겪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사이 대화는 점점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결국, 일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생각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가 봅니다. 각자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만요.

‘이게 행복이구나'를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거더라'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순간이 매우 행복해지는 독특한 느낌을 경험을 했습니다. 두근두근 설레며 방방 뛰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 이미 대부분의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워북스 모임 다음날 학교 수업에서 한 명씩 앞에 나와 졸업 후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 근래 실리콘 밸리와 뉴욕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에 취업한 친구들 소식에 조급해지려 하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난 졸업후에 엄마랑 스페인으로 여행을 갈거고, 아직 적극적으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는 않아”라고 당당하게 말해놓고 박수를 받을 수 있던 것은 그동안의 고민과 모임에서의 대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디지만 성실하게 차근차근 나의 속도에 맞추어 가는게 스스로에게 지지 않는 길 인 것 같습니다. 일에 매몰되어 사라지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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