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 째 면접
정확히 10번의 면접에 떨어지고 더 이상 좌절 할 것도 없는 상태로 갔던 11번째 면접.
무거운 마음으로 최종 면접장소에 들어갔다. 긴 테이블 끝에 앉아계시던 사장님의 첫 질문.
자넨 왜 일류대를 가지 못했나?
압박질문이 계속 이어졌고, 난 당당하게 거침없이 대답했다.
평소 서울대가 뭐 인생의 정답인가 하는 개똥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사장님의 질문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슨 배짱이었는지 면접을 마치고 나와 문을 다시 두드리고는
'죄송하지만 발표는 언제 나는지요?' 질문까지 했다.
당연히 탈락일것 같았지만 결과나 빨리 알고싶은 마음이었다.
면접이 끝난 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자격지심 없이 살아왔는데 세상을 만만히 봐왔나 싶었다. 허탈한 생각으로 도서관에 가서 토익공부를 했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
며칠 후, 걸려온 전화. 내가 최종 합격을 했다고. 그런데 면접 당시 충격때문인지 합격의 기쁨보다 일류대 출신이 아닌 나를 대체 뽑았을까 의구심이 엄습해왔다. 입사를 하니 상품기획팀 인원 상당수가 S대 출신이었다는 사실. 허허.
# 10번의 면접
원래 대학교 4학년 겨울방학, 운 좋게 패션 홍보대행사에 취직을 했었다. 대학교 재학 중 1년 반 동안 패션잡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에디터 선배가 소개를 해 준 것.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해보니 꽤 매력적인 직업인데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더 기획적이고 고객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 끝에 한달 후, 과감히 퇴사하고 이력서를 닥치는 대로 내기 시작했다.
# 질문의 힘
10번의 면접 중 한번은 최종면접에 불합격했다.
수 차례 면접 후 두명으로 추려진 면접 이었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득 왜 떨어졌는지 이유나 알고싶어졌다.고민 끝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다름이 아니라 제 불합격 사유를 알고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느부분이 부족했는지 알아야 저도 다음 면접을 준비할 수 있을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진심이었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노력하고 싶었다.
허허,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보네.' 그러면서 이어가던 말씀이
이태리 브랜드 유통을 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태리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태리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다른 후보자를 뽑았다는 것이었다.
질문을 통해 인생에서 헛된 시간을 자책하며 보내지 않아도 되고, 실패한 일은 그 일대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첫번 째 직장 면접에서 훨씬 스펙이 좋았던 10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합격했던 이유는, 혹시 이 질문 때문 아니었을까.
저 죄송한데 결과는 언제 발표되나요?
험난하고 치열한 직장인 세계에서 필요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8년 전 봄, 이렇게 첫 회사에 MD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뭐 어때, 떠나도 괜찮아 : 이기적 워킹맘의 자아찾기 나홀로 여행저자티라미수출판더블유미디어발매2018.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