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과 밖
참 시간 빠르게 지나간다. 어랏 하다보니 한 달이 지나가는 것은 예사고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떠난지도 1년 넘게 지났다. 본인 의지대로 시간을 쓰고 만나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가 주는 '자유로움'을 맛본 후에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의 각도가 변한다. 막연히 '그랬으면 좋겠다'고 선망했던 어떤 대상을 알아버린 후에는 완벽하게 만족하는 조건이 아니더라도 그 방향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어떤 환경을 경험해왔느냐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겪는 '회사'의 형태나 경험한 사람, 일의 성격 등이 같지 않다.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참고 할 때 그 사람의 경험의 특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누군가의 말의 단면을 나의 경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사람 저마다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곁에 오래 함께 하고 싶어진다.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은 회사 vs 퇴사 양자택일의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 '어떤 일'을' 어떻게', 살면서 앞으로 해 나갈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문제다. 현재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작은 시도, 실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부딪히고 넘어지는 과정을 거쳐서 무언가 자기만의 색깔을 만난다고 믿는다.
그 색깔은 반드시 화려할 필요도, 요즘 유행하는 색깔일 필요도 없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처음보는 희한한 색깔이라도 뭐 어떻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진짜 형식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 자유로워진다.
얼마 전 한 강의에서 어느 분이 회사와 재테크에 대한 선택의 질문을 했었다. "회사에 올인을 해야 하나요 아니면 적당히 하면서 재테크를 해야 하나요?" 라는 뜻을 담은 질문이었다. 어떤 답을 원한다면 슬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느 시점 동안 (본인이 만족하는 정성적, 정량적 목표에 도달하기 까지)은 둘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올인도 하고 때로는 적당히하는 시간도 있는것이지 항상 올인하거나 매번 적당히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회사'라는 대상을 내가 올인하면 손해보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에서 일하든 내가 일하는 것은 나에게 남는다는 생각으로 길을 찾아보면 자연스레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다. 또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더 성장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시련과 고통, 억울함 빡침 등이 존재한다. 어떤 식으로든 성장의 밑거름으로 써 먹을 수 있다. 버릴 경험은 정말 없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의 실마리를 찾기도, 바닥이라고 생각한 시간들 덕에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재테크는 필수다,라는 말을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더 나은 삶'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단순히 절대적인 돈의 액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형태를 포함한다. 살고 싶은 삶의 형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정의하고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재테크로 이어진다.
다만, 그저 얼마를 벌겠다는 목적은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돈이 유일한 목적이 되면 삶은 잿빛이 된다. 반짝반짝 빛나던 꿈이 사라진다. 돈을 너머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사소한 거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직업이 아닌 '일'을.
평소 지인들이랑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눈다. 나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주변 지인들이 상담을 청해올때 들어주고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 대기업, 스타트업, 외국계 등을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업계의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 모두는 성장하고 싶고, 잘 살고 싶다는 것.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그리고 그 고민은 모든 나이대를 불문하고 똑같다.
너무 자신을 몰아부치지 말고 때로는 힘을 좀 빼고, 나 자신을 남 대하듯이 '대체 무얼 좋아하는 사람인지' 관찰하고 스스로 돌보면서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색깔과 취향을 갖고 있다. 비교의 대상은 애초에 없다.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쌓이면 빛이 된다. 느려도 괜찮고 또 돌아가면 뭐 좀 어떤가.
며칠 전 아빠 생신이었다. 축하드린다고 카톡을 보내니 이런 답이 왔다. "고맙다. 매일이 오늘이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하루하루, 여러가지를 동시에 저글링 하면서 내가 살고싶은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 매일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