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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her Sep 17. 2021

지난 여름

조용히 변화한 것들에 대해서


지난 여름 기록하고 싶은 생각들



1. 이사



이사를 했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신선함과 고단함을 안고,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 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로 밖에서 활동하며 에너지를 얻는 편이었는데 이제 어디서나 특별한 자극 없이도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같다.  밋밋한 느낌이 의외로 괜찮다.



이사  약간의 공사를 했다.  것을 부수고  바꾸냐고 엄마의 잔소리가  차례 이어졌다. 잠시 친정에 살면서 엄마랑 자주 부딪혔다. 의외였다. 부모님과  가까운 편이었다.하지만 딸이라고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닌데다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이야기라도 반복되면 듣기 힘든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알았달까. 물론 나의 까칠함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각자의 공간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감사하게도 생활을 분리할  있었다. 부모님과의 적당한 선을 찾은 여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적절한 여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다시 집 이야기로 돌아가면 새것이라고 모두 좋은걸까? 크다고 비싼 가격이라고 과연 멋진 걸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단 '집'에 해당하는 얘기 만이 아니다. 항간에 떠도는 '트렌드'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겉으로 화려한 것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들을 자주 목격했다. 남들이 좋다는 것보다 내가 좋은 것,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답이나 외부의 기준말고.




아무튼,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살게 될 집의 최소한의 공사를 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탕을 변경하고,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의 결을 맞추는 작업. 멋을 부린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필연적인 공사였다. 바닥을 나무에서 포세린타일로 변경했고 메인조명을 철거하고 빈티지 조명을 전구색으로 변경했다. 빈 공간에는 급하지 않게 하나씩 두고 싶은 물건만 두고 있다. 무엇을 더 할지 보다는 뺄지를. 생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각을 맞추는 작업들이 마치 기획하는 일과 비슷하다.




2. 불안



여름 동안 ' 불안하지 않은지' 대해 유독 많은 생각을 했다 '편안한  느낌은 무엇일까? 나는  불안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는 모순이 있다. 사람이 편안해야지. 불안한 마음이 정상인 것도 아닌데 편안하다는 것에 이상하다고 느끼다니. 오랜 기간 직장인으로 어딘가의 소속과 직책을 갖고 살아오면서 중간중간 소속이 없을 때, 나는 내심 불안했다. 커리어를 돌아보면 경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두지 못하면서도 '나는 일이 좋아. 난 성취감 때문에 일 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물리적인 보상과 인정도 중요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면 경제적으로 어떻하지? 또는 퇴사하면 무슨 일을 해야하지? 같은 문제들은 항상 머리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이런 고민을   친한 누군가가 '그냥 이제  쉬어.'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쟎아. 라고 했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것은 남편이 해결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일도 있지 않냐는  즈음 되었던  같다. 그때 ', 그런 옵션도 있구나. 몰랐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진심으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옵션이었다.



'휴식'은 불안 해 할일이 아니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시간이 주어진 것 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달리하고 시간을 대할 때 시간의 다른 각도가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느슨하면서도 촘촘한 밀도가 생긴다. 환경이 변하면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화를 하게된다. 변화는 더 뾰족하게 자기자신 다워지는 결과가 되기도 하고, 아예 다른 세상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 번의 갭이어와 휴식을 거치면서 비로소 '쉬는 시간'을 불안이 아닌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주 부엌에서 온갖 채소를 썰었다. 양파, 감자, 오이, 당근, 미나리, 애호박, 토마토. 이사한 집의 부엌은 디귿자로 주방의 작은 창과 베란다 밖으로 푸른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서툰 요리지만 즐기고 있다. 그날의 먹을 거리를 만드는 일은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무척 귀찮은 일이었다. 실은 '내가 해야 하는 '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노동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노동에는 즐거움 대신 의무감이 자리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려있다는 것을 음식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이사짐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몇 년 전 다이어리에는 '버킷 리스트'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요리 하기'. 신기하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잊고 살기도 하는가보다. 그러니 자주 생각을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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