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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her Aug 26. 2021

퇴사 1년 : 일 이란

퇴사 에세이


작년 8월 즈음이었다. 완전한 퇴사를 결심한 것이. 20여년 동안 굵직하게 대 여섯 군데의 회사를 다니는 동안 '퇴사'는 낯설지 않은 단어였다. <퇴사 - 이직>은 내 커리어의 오랜 루틴이었다. 대부분 신규 브랜드 런칭이나 프로젝트를 맡아오다보니 한 회사를 오래 다니거나 한 직무를 꾸준히 하는 '회사원'이 오히려 어색했다고 해야할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뭔지 모를 갈급함이 있었다. 언젠가는 회사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자유의지. 스스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사람들을 한꺼 번에 여럿 만날 때면, 쏟았던 열정에 비례해 올라오는 답답함 같은 감정들. 사회라는 곳이, 회사라는 곳이 그냥 돈 주는 만큼 일을 하는 곳이라고 너도 그만큼만 하면 된다고, 왜 그렇게 애쓰고 고민하냐고. 그냥 다니라는 주변의 목소리가 항상 존재했다.

과연,,,그러면 좋았을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선택지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나 답게 일하는 방법을 애써 찾아 이동했고 덕분에 부딪치며 성장했다.



결혼 후 팀장 승진 한 회사를 퇴사하고 혼자 떠난 유학, 대기업 바잉MD를 하다가 외국계 리테일 세일즈로 이직, 그 후 백화점 바이어 이직 합격을 고사하고 대학원을 간 것도, 다시 대기업 바이어를 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브랜드를 기획하고 런칭했던 것도.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안정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택하곤 했다.

막상 '선택의 프레임' 안에 있을 때는 어떤 모양의 선택들을 하곤 했는지 깨닫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선택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객관화해보니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매번 선택의 기로 앞에서는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고 싶은데?' '너는 어떤 사람인데?', '너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묻는 질문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때로는 자괴감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좌절이, 마음만 급하거나 정답을 찾아 헤매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에게 '일'이라는 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었다. (물론 밥벌이를 해야 했기에 일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재미와 성취,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 이상의 삶 자체였다. 생각하고 기획한 일이 현실화 되는 기쁨이 있었다. 힘에 부칠 때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한켠에 두고 주어진 현실을 살았다. 이름을 걸고 하는 결과물이 잘 나오기 위해서 묻고, 배우고, 적용하고 현장을 뛰어 다니는 부지런함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퇴사'에 어떤 계획을 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이상 이렇게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현실을 눌러 이겨버렸다고 해야할까. 선택에 대한 고민 할 틈도 없이 단호한 마음이 되어버리는 상태. 그 시점에 자연스레 퇴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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