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웃기는 거 보니 기운이 나나 보구나?"
서툰 어법과는 달리 제2의 인생을 사는 듯한 표정. 아이는 뒤돌아보듯이 왼쪽 볼을 정면으로 나를 마주한 채 눈을 가늘게 떴다. 한쪽 입꼬리는 손가락이라도 대면 장난기를 팡, 하고 터뜨릴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아이가 그림책을 쓱 내밀었다.
자기 전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오늘은 엄마가 목이 좀 아파. 세이펜한테 읽어달라고 하자.'라고 말해온 지 일주일. 갈라지는 목소리로 책을 읽고 나면 면도칼로 긋는 듯한 고통이 따라왔다. 목감기 탓이었다. 사실 목감기가 아니더라도, 기력이 없다는 핑계로 책 읽어주기를 종종 미뤄왔다.
말과 표정의 귀엽게 어긋나는 조화에 저항 없이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아이가 눈치챘다. 오늘은 드디어 엄마가 책을 읽어줄 날이라는 것을. 내 어깨에 왼쪽 볼을 붙이고 천장을 바라보며 드러눕는다. 시선은 책을 향한 채. 아이에게 베개 대신에 나의 오른팔을 내어주었다. 어깨동무를 하듯 아이를 감싸며 책을 펼쳤다. 검지 손가락으로 책 표지의 제목부터 한 자 한 자 짚으며 읽으면 아이도 나를 따라 손가락과 입으로 함께 읽는다.
아이에게 나는 항상 기운이 없는 엄마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데. 난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평범한 엄마이고 싶은데.
하지만 그런들 어떤가. 기운이 없는 엄마 밑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엄마를 배려하면서 익히는 감정들, 상황에 맞는 행동들, 내 아이이기에 배울 수 있는 것 아닐까. 다만, 그 배움이 너무 일찍 시작되는 것 같아 살짝 겁이 난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가장 예쁘기에.
그래서 오늘은 책을 읽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