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회사를 떠났지만, 내 몸은 아직 기억한다
"정말 회사 쉬면 안 되니? 이 몸으로 어떻게 회사를 가겠다는 거야?"
"안 돼... 내가 담당하는 행사 디데이가 얼마 안 남았단 말이야. 내가 안 나가면 누가 해."
진물이 흘러넘쳤다. 매일 아침, 엄마의 안쓰러운 눈빛과 조심스러운 손길의 도움을 받아 상처 부위에 붕대를 감았다. 혹여 옷 밖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가족의 만류에도 꾸역꾸역 회사를 다녔다. 당시 나는 입사한 지 일 년 남짓 되는 신입사원이었다. 간신히 출근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눈을 떴다는 것조차 실망스러울 정도로 일어나기 싫었고, 밤에는 온몸에 개미 무리가 기어 다니는 듯해서 울며 참았다. 점심시간에는 아무도 찾지 못할 외진 공간을 찾아다녔다. 붕대 속 상처들이 꿈틀거리며 더 깊은 상처를 내며 긁어 달라고 소리쳤다. 상처를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하며 울부짖는 뒤틀림으로 간지러움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바랐다. 몇 개월 후,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소란이 일어나면 다리, 손가락, 얼굴은 진득하고 노란 액체에 갇혀버렸다. 끈적한 그것은 내 몸을 불쾌하게 천천히 타고 흘렀다.
진물을 이길 수 없었던 나의 첫 번째 병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직장에 다닌 지 만 10년 차, 지금, 또 다른 병으로 인해 세 번째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앉는 것조차 괴로웠으면서, 일어서 있는 것조차 아팠으면서, 왜 회사를 가야만 했는지 되돌아본다. 어릴 적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책임감'이 어김없이 쫓아왔다.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무력함을 붙든 채 굳이 해결하는 사람이 '나'여야만 했다. 해내지 못할 걸 알면서도 끝까지 할 수 있겠다고 몰아치는 것은, 나에게 보내는 처절한 비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의미 없는, 틀어막고 싶은 소음.
휴직에 들어가기 약 5개월 전부터 밤을 맞이하는 게 두려웠다. 밤이 지나면 또다시 출근해야 했다. 두 시간씩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오는 잠에 몸을 맡길 때면, 눈꺼풀이 한껏 위로 당겨졌다. 다시 닫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밤에 서너 번씩 깼다. 눈을 떠야만 하는 아침에는 눈을 감고 싶었다. 출근 버스를 타면 맨 구석진 자리를 찾았다. 패딩에 달린 모자를 덮어쓰고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 밤에 맞이하지 못한 잠을 청해 보지만 역시나 내 몸은 긴장된 채로 잠을 거부했다. 척척, 앞꿈치가 땅에 끌렸다. 제발 그만 가라고, 상체가 발을 향해 쏟아졌다. 사무실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짧고도 멀었다.
무엇보다 누구와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버려진 휴지 조각이 되고 싶었다. 큰 트럭에 실려 쓰레기장으로 옮겨져, 거대한 종량제 봉투 산더미 속에 묻히고 싶었다. 그래야 비로소 나 혼자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썩은 쓰레기 냄새조차도 혼자이고 싶은 휴지 조각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번에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사무실에 붙들고 있었다. 그 마음 또한 나에게 속한 것이니, 내가 스스로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 명의 팀원으로서 휴식기를 가지면 남아있는 팀원들이 고생할 것이라는 오만한 말들만 내뱉었다. 그 오만함을 직면하지 않고 모르는 척 계속해서 스스로와 사람들을 속여 왔다.
이번 휴직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했다. 내 마음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해 허락되었다. 의사가 지속적으로 회복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주 5일, 꾸준히 출근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회사. 그 속에서 벌써 세 번째 쉬고 있는 나. 10년이라는 세월에도 아직까지 회사에 적응을 못 한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약해서 몸도 마음도 매번 수렁에 빠져버리는 것인지. 끈끈한 진물 같은 의문들이 굴곡진 뇌 사이사이에 들러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누구나 아프다. 누구나 버틴다.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이 사실은 무엇도 바꿔놓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를 더욱 차갑게 만든다. 그 차가움은 다시 오만함을 얼려 버린다. 꽁꽁 언 오만함은 땅에 떨어져 속절없이 깨진다. 깨진 오만함은 녹아내려 내 발과 종아리를 에워싼다. 뇌를 감싼 의문들 위에 올려놓은 거즈가 금세 끈적해지고 그 위로 진물이 넘쳐흐른다.
여전히 그 진물들을, 그 오만함을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