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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와인, 좋은 와인에 대하여

by 이윤환 변호사

좋은 와인이란 일반적으로는 품질 좋은 와인을 의미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맛, 신맛, 타닌, 알코올이 밸런스를 잘 갖춘 와인일 것이다. 한편으로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와인 또는 떼루아를 잘 보여주는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반면 아무리 비싼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으니, 와인은 기본적으로 테이블 위의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한다.



teibeul-e-mas-issneun-sigsa-baechi.jpg 출처: freepik



그런데 필자는 조금 더 본능적인 관점에서, 좋은 와인을 넘어서 인생 와인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좋은 일화가 있다.






필자의 동갑내기 친구들 8명은 매달 회비를 모으고 있고, 친구들이 만날 때면 그 회비로 와인을 마시고 있다. 모임원 모두가 와인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고 8명 중 4명은 와인을 배워보려는 취지로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와인 8병을 준비해서 만나는데, 2023년 어느 날 그 모임의 주최자이자 총무인 필자가 샤또 꼬스데스뚜르넬 2000 빈티지를 포함하여 8병을 준비해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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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날 모임의 주인공인 샤또 꼬스데스뚜르넬을 오픈해서 품질을 확인한 뒤 8명 전원에게 각 50ml가량을 따라줬다. 나머지 50ml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따라줄 예정이었다.


그레이트 빈티지인 2000년의 샤또 꼬스데스뚜르넬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실크처럼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 우아하게 다가오는 흑연, 그렇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과실의 파워까지 모든 면에서 감탄을 자아냈다.


와인을 좋아하는 4명의 친구들은 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차마 마시지 못하고 50ml만 따라놓은 와인잔의 향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1시간 뒤, 필자가 나머지 50ml를 따르기 위해 와인병에 손을 대자 필자는 직관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와인병은 이미 빈병이었다.


필자는 와인을 많이 마셔보지 않은 친구 앞에 샤또 꼬스데스뚜르넬 2000 빈티지의 병을 내려놓았었는데, 그 친구가 너무 맛있는 나머지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고 계속 혼자 따라 마셨던 것이다.






이제 8살이 된 아들 녀석에게 입에서 살살 녹는 살치살을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친 듯이 달려들어 먹어 치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아들 키우는 부모에게는 꽤나 익숙한 장면이다.

바로 이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인생 와인이란 바로 ‘마시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와인’이다.



필자처럼 타고난 체질이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체질적으로 알코올이 받지 않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고 그 와인을 계속해서 마시게 된다면 그 와인이야말로 인생 와인이다. 심지어 그다음 날도 한 달 뒤에도 그 와인이 계속 생각나면 그 와인은 당신의 인생 와인인 것이다.



jeonguwa-aidieo-gaenyeom.jpg 출처: freepik



와인을 많이 마셔봤지만 아직 그런 와인을 마셔보지 못했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인생 와인을 만나지 못했다고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다만 조금은 더 도전적으로 와인을 마셔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끔은 값비싼 와인도 도전해 보자.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비싼 와인이 맛있고 품질이 뛰어난 것은 상식이지 않나. 비엔나소시지 또는 삼겹살에 쌈장을 찍어 먹어본 것이 먹어본 고기의 전부라면, 그 사람은 고기 맛을 아직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와인도 마셔봤다고 이야기하려면 조금은 비싼 와인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낯선 품종에도 도전해 보자. 그 여정에서 인생 와인은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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