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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Oct 03. 2018

[퇴사 후 필사] 말의 품격


[말의 품격] 

- 독서 시기 : 2018년 4월 
- 저자 : 이기주
- 출판사 : 황소북스
- 제목부터 와 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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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6

소설 '실낙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준이치는 이런 고민에 휩싸인 이들에게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한 감정과 감각이라는 뜻의 '둔감'에 힘을 뜻하는 역力자를 붙인 '둔감력'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동양의 마키아벨리즘으로 일컬어지는 '후흑학'에도 비슷한 개념이 등장한다.
청나라 말 사상가 이종오는 동명의 책에서 "난세를 평정한 영웅호걸의 특징은 '후'와 '흑'으로 집약된다"라고 했다. 여기서 '후'는 얼굴이 남보다 두터워 감정을 쉽게 들키지 않음을 뜻한다. '흑'은 글자 그대로 검은 것이다.
그냥 검은 게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새까맣다는 의미다.
일부에서 후흑을 '뻔뻔함' 정도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최근 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무디고 둔감한 감정이 지닌 힘' 혹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역량'으로 풀이한다. 
와타나베 준이치의 조인과 결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쳐진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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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주름 가득한 80세 노인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어떤 감정도 얼굴에 드러나지 않아서이다.
태생적으로 둔감하지 않은 나는 둔감력을 키우려고 노력해왔다.
회복탄력성과 둔감력의 관건은 역지사지의 마인드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알고 인정하는 것.
역지사지의 마인드가 없다면 나에게 예민함을 제공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한다면 둔감력은 지속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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