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의 일기.
2005년 12월 3일
오늘은 이스탄불에서의 ‘막 돌아다니는 날’ 보다 더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그린투어를 하기 위해 아침부터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8시까지는 일어나야 했다.--;;;
맨날 띵띵 불은 얼굴로 제일 늦게 일어나서
아침식사시간 끝나기 바로 직전에 주문하는 우리들이 8시에 일어나는 것은
‘쥐새끼가 쥐구멍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었다.
(--> 여행 중에 '그녀석'이랑 같이 농담하다가 그냥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이 표현을 써봤는데 '그녀석'이 자지러지며 엄청 좋아했다. 그냥 재밌으라고 한번 써본다. 어디까지나 ‘그냥’....별 이유는 없다;)
어쨌든, 일정은 이랬다.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데린구유 지하도시, 우흐리라계곡, 셀리메(교회), 도자기가게 등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숙소 앞으로 조그만한 봉고차가 와서 픽업해 가는 식이다.
어후, 봉고차가 왜 이렇게 작아; 그리고 저 서양 애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저 웃음소리는 뭐야. 이동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그리고 왜 카메라는 없어. --.......................
엇,,,,,,,,,,,,,,,,,,,,,,, 카메라가 없어?? 카메라!!!!!!!!!
그렇다. 분신과 같은 내 카메라가 내 손에 들려있지 않았다.
필름카메란 내손에 없어도 디카는 '그녀석' 손에 있겠지.
“ 카메라 갖고...왔지..? 응? 안가져왔어? 안가져왔다고???!!!! 없어??!!!!!! ”
그렇다. 평소보다 3시간이나 잠을 못잔 우리들은 정신은 꿈속에 몸은 현실세계에.
꿈속에서 떠도는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1시간이 더 있어야 하는 상황;;; 이었던 것이다.
카메라가 없다니. 내 한쪽 눈을 잃은 것 같은 이 기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으니 그날일이 제대로 풀일 수가 있었겠는가.
데린구유 지하동굴은 한마디로........ 추웠다.
이렇게만 쓰면 너무 성의 없으므로 조금 더 덧붙이자면....... 좁았다.
(그래도 여행긴데, 조금만 더 쓰자.-->오늘은 혼잣말이 심하다;)
데린구유 지하동굴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아랍부족을 피해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비밀장소 였다고 한다. 입구는 한 평밖에 안 되는 화장실 같은 곳이었는데, 지하에는 엄청나게 큰 도시가 건설돼 있었다. 좁디 좁은 돌을 깎은 계단을 끝없이 내려가니 조금은 넓직한 곳이 나왔고 또 다른 좁은 길로 다른 공간들이 연결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개미굴. 같은 모양새?
그 돌들을 깎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학교, 교회, 포도주 만드는 곳, 침실, 부엌,, 없는게 없었다. 좁은 터널 중간 중간엔 돌들을 끼워 놓았는데 적들이 침입하면 돌을 밀어서 막아버린다고 한다. 그 커다란 돌을 어떻게 밀어서 막을지는 의문이지만.
동굴 안은 엄청 추웠다. '그녀석'은 춥다고 짜증낸다. 나도 짜증난다. 게다가 동양여자애 서양여자애 커플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쉬지 않고 가이드랑 농담하면서 웃는 바람에 그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지하 동굴을 가득 메워버릴 지경이다. 적들 침입한줄 알고 터널에 있던 돌들 다 닫히겠네;;
다음 코스는 우흐리라 계곡. 한참 차를 타고 달려서 간 곳은 엄청난 계곡!!
설마~ 저 끝도 안 보이는 저길 걸어서 이동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설마가 사람잡는건 여기 터키에서도 마찬가진가 보다.
우흐리라 계곡은 가운데에 물이 흐르고 양옆에는 빨간머리앤에서나 나올듯한 빌딩높이의 나무들이 줄지어서 있고 그 나무 뒤쪽으로는 깎아지르는 절벽들이 그곳을 감싸고 있는 계곡이었다.
이곳에도 역시나 동굴 교회들이 많았다.
더 이상 걷기 힘들었지만 우흐리라 계곡은 도대체 끝이 어딘지 보이지 조차 않는다.
'그녀석'은 보지도 않고 땅바닥만 보고 걷고 사람들이 구경할 때 바위에 앉아있기만 한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서 짜증이 난다.
“야, 너 왜 그러냐?” 라고 물어도 ‘아퍼’ 한마디한다;; 췟.
(하긴, 물어보는게 아니라 짜증내는 거였다;;)
돌산을 등산해야하는 셀리메 교회 코스 때에는 진짜 나도 너무 힘들어서 말이 안 나왔다;;
어찌되었건 돌산 오르느라 손바닥 다 까진 우리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밤이 돼버려 코스를 다 돌지 못한 채 투어가 끝나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터벅터벅. 서로 말도 없다.
어제 그렇게 좋았던 ‘sun set point'에 올라가 별똥별한테 소원 빌 생각도 안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여행기의 제목은 운수좋은날.이 아니더냐!
소설 ‘운수좋은 날’에선 하루 종일 재수 좋던 김첨지가 마지막에 운수 된통 없게 되지만
우리는 그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으니.
그동안의 짜증을 보상받을 뜻밖의 행운! 바로 라면!!!!!!!!!!!!!!!!!!!!!!!!!!!!!!!!!!!(느낌표 곱하기 100) (먹을 거 앞에 장사 없다더니;;)
며칠 전 단체로 짧게 여행오신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이 라면을 가지고 오셨다가 남아서
여기 있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선물로 주시고 가셨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우리들 것까지 챙겨놓아 주셨다.
으흐흐흐흐~~~~ 라~면! 라~면!!
김치대신 맛있는 피클도 먹고. 꿩 대신 닭이었지만 뭐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간에 기별도 안가는 조그만한 컵라면 이었지만 훌륭한 스테이크 못지않은 라면 맛에 감탄하고야 말았다. 터키에 와서 제일 맛있게 먹은게 라면이라니..;;;
오늘 먹은 라면으로 '그녀석'의 감기기운까지 뚝 떨어지길~
* '그녀석'의 일기.
2005년 12월3일
터키에 온지 8일 째이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야 되는데 투어를 하면 시간차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은 ‘그린투어’라는 것을 하였다. 어제 ‘로즈벨리투어’와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오늘 내가 몸살감기가 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없는 투어였다.
그린투어는 우흐리라 계곡을 따라 걷다가 밥을 먹었는데 나는 이 우흐리라 계곡이 완전 지옥이었다.
설명은 영어라서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정신없고 아파서 그냥 바위에 앉아있었다.
다음에는 그냥 산만 올라간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그리고 같이 투어하는 사람들 중에 서양 사람이 있었는데(한명은 동양인) 여자였다. (2명)
가이드가 재미있는 사람이라서 물만난 물고기처럼 완전 시끄럽게 수다를 떨었다.
수다만 떠는 것은 괜찮았는데 그 웃음소리는.............
아~ 진짜 짜증나서 한마디 할려다가 참았다. (be quite!내일은 다 나서 건강하게 돌아다녀야겠다.
* 이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엄살부리는줄 알고 엄청 짜증냈는데.. 이 글보니까 엄청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