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의 일기
2005년 12월4일
봉고차 뒤에 강타랑 같이 탔는데 강타가 그러더라.
“사극에 보면 시녀 궁녀들이 입는 그 파란 옷 있잖아.
그게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내 여자 친구 입히면 정말 예쁘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내 여자 친구 암 때문에 이제 2년 정도 남았거든. 다 해주고 싶어 “
내가 말했지. “난 네가 부러워. 진짜 같은 사랑을 하고 있잖아”
여기까지 내 꿈 이야기이다.;;;
내 이미지의 강타는 일편단심 이었나 보다.
어쨌든;;; 오늘은 ‘우리 맘대로’ 날이다.
카파도키아 도착한 다음날부터 투어로 뺑뺑 돌았으니, 맘대로 돌아다니고 싶어서 죽는줄 알았네-
첫 번째 할 일!! ‘맘대로’ 늦잠자기.다. 물론 아침식사 시간에 쫓겨서 일어나긴 헀지만 말이다.
(트래블러스 펜션의 한국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강아지들이여, 강아지’)
카파도키아의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엄청 춥다고 한다.
한번 눈이 오면 눈 때문에 교통도 마비돼서
카파도키아에 꼼짝없이 일주일씩이나 묶여있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운이 좋은 건지 운이 나쁜 건지 날씨도 따뜻하다.
터키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온이라지만 동부 쪽으로 가면 엄청 춥다고 해서
커다란 부피에도 불구하고 챙겨온 사슴모자이건만 실용적으론 별로 쓸 일이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가져온 게 아까운지라 꼬박꼬박 어깨에 걸치고 나가면 관심끌기엔 최고다. ㅋㅋ
오늘도 사슴 모자를 걸치고 룰루랄라 외출을 했다.
괴레메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음.. 좀 멀긴 해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그녀석'이랑 걸어가기로 했다.
투어로 단련된 몸 끄떡없다!
........끄떡이 없긴 무슨........ 박물관 가는 길은 멀었다;;
햇볕이 쨍쨍 인데다가 사슴모자 있는 어깨부분은 땀띠라도 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도 사진 찍고 놀다보니 멀리서 박물관이 보이긴 한다. ㅎㅎ
어후, 단체 관광버스들이 줄지어서 들어오고 있다. 사람들도 너어~무 많다.
그것을 본 우리들. 어렵게 도착한 박물관인데 볼 마음이 싹- 사라졌다.
“ 뭐, 동굴 교회 같은 것들은 어제랑 그제 지겹도록 봤잖아? ”
그래도 앞에 있는 ‘너무 멋있어서 꼭 봐야한다는 프레스코화’가 있는 교회는 들어가 봐야겠지. 하고 안을 슬쩍 들여다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들어가기 싫다;;
왠일인지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 앞에 앉아있었는데 누가 어깨를 툭툭. 친다.
옆을 보니 터키 여학생 무리들이 있었다.
‘where are you from?' 물음에 ’from korea'라고 대답하는 순간
어느새 우리 둘은 터키 여학생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자기네들은 수학 전공하는 19살의 대학생들이라며 이곳에 수학여행을 왔다고 한다.
터키 동부 도우베야짓에서 왔다고 했다.
몇 살이냐 묻기에 22살이라 하면 놀랄까봐 (내가 봐도 걔네가 나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였기 때문에;;)
20살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놀란다. (아~ 벌써 터키 와서 3번째다;;)
내 옆에 엄청난 수다쟁이 여자애가 있었는데 모두 다같이 사진찍자며
내 어깨에 팔을 올리는데 암내가 장난이 아니다;
'그녀석'이 그제 갔었던 우치히사르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해서
박물관 근처 장터에서 돈두르마(터키 아이스크림)를 사먹으면서 또! 다시 걸어갔다;;
물론, 마을에 도착해선 돌무쉬(터키 마을버스)를 타고 갔지만 말이다.
돈두르마는 아저씨가 퍼줄 때엔 죽-죽 인절미처럼 늘어나더니 콘 위에 올리니
우리나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과 별 다를 게 없었다. 속았다;;
결국 괴레메 박물관과 정말 멋진 프레스코화를 보러갔다가 터키 여학생들만 만나고 온 것이다.
다시 돌아갈 때에는 그 좋은 아스팔트길 놔두고 옆에 울퉁불퉁 언덕으로 올라 다니면서 사서고생(?)을 했다.
그 덕에 ‘사나운 사슴’ 시리즈도 찍고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ㅎㅎ
몇 번 돌아다녀 봤다고 우치히사르에 올라가 이제는 로즈밸리와 피죤밸리를 찾을 수 있다.
괴레메에서 제~일 높은 사람 없는 언덕에서 바람 쐬며 앉아있으니 조용~하니 좋다.
나야 나이가 들어서 (얼마나 먹었다고??;;) 혼자 조용한 시간 갖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석'도 이런 걸 좋아한다니 애늙은이 같다;
하긴. 여행자들이 ‘초등학생 동생 데리고 다니기 힘들겠어요’ 라고 하면
옆에서 '그녀석'이 ‘수준이 비슷해서 괜찮아요’ 라고 한다.;;
그러면 곧바로 관심은 '그녀석'에게로. 나는 찬밥신세;;
나도 관심 받고 싶어효 //ㅁ//
아직도 그때 왜 걸어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걸었으면서도 또!! 그냥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마 이성을 잃었나보다.
버스타고 갈 때는 걸어가도 괜찮을 거리 같아 보였었는데....
우치히사르 위에서 볼 때는 숙소도 가까워 보였는데....
걸어가니 정말 한도 끝도 없다.
버스타고 5분 만에 갔던 곳이 30분 걸으니 겨우 나온다!!!! ;;;;;
이때부터 충격 받은 '그녀석'과 나는 머릿속에 삼겹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나머지 시간 내내 김치찌개와 삼겹살과 냉면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한 가지 음식을 가지고 한 시간 넘게 떠들어본 적은 이제까지도 없었거니와 앞으로도 없기를 바란다;; ㅎㅎ
지금은 새벽 2시가 넘어 거의 반이 되었다.
휴식공간에서 한국인 여행자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부인과 함께 광고 일을 하시다가 여행오신 ‘원산진’이란 분께 '그녀석'에 대한 책임감 이야기를 하게 됐다.
책임감을 느끼고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정말 당연한 것이고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참 대단한 거라고 하셨다.
어린 동생과 배낭여행을 온 경우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둘에게 정말 좋은 여행이 될 거라 확신하신단다.
마음을 좀더 여유롭게 가지고 배울 필요가 있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참 마음의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녀석' 이야기를 할 때에는 살짝 눈물이 나오려고도 했지만
그 눈물은 내가 지치고 답답해서 나오는 눈물인 것 같다.
아직은 나 말고 다른 이를 생각할 수 있는 큰 그릇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인도 네팔 여행기도 듣고 이스탄불에서 있었던 여권 소매치기 건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으워어어- 갑자기 이스탄불이 무서워 졌다.
다시 이스탄불에 가서는 조심 좀 해야겠다.
* '그녀석'의 일기
2005년 12월4일 (괴레메)
이제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누나와 어디를 갈지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곳 괴레메가 좋다. 값도 싸고 호텔 주인아저씨도 좋고 고양이와 개가 있어서도 좋다.
고양이와 개는 휴식공간에서 주로 있는데 고양이는 이름이 없어서 그냥 키티(새끼고양이)라고 불른다.
그리고 강아지는 킬리(터키어로 드럽다는 뜻)라고 불른다.
나는 고양이(키티)는 귀여워서 좋고 킬리는 충성심이 많아서 좋다.
특히 키티의 눈은 정말 귀엽다. (좀 비싸게 놀아서 좀 그렇지만..) 더 귀여워 해줄까?
우리는 먼저 전화를 했다. 시간차를 잘 맞추어서 전화를 하러갔다.
그런데 학교친구들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오지 못해서 동네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번을 외워서) 24초밖에 전화카드가 남자않아서 빨리 하고 끊었다. 정말 아쉬웠다.
전화를 끝내고 벽화가 멋있는 교회를 갔다.
가는 중 사진도 찍고 이번여행의 아이템인 사슴모자도 썼다.
사슴모자는 정말 스페셜한 모자라서 터키아이들도 신기해했다.
그런데 가는 중에 터키관광객들 한 무리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한 무리가 와서 완전히 둘러싸여서 정신없게 이야기 했다.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벽화 볼 기분이 아니라서 그냥 우치사르 산맥으로 올라갔다.
또 우치사르로 가는 중 돈두르마라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돈두르마는 ‘죽죽 늘어나는 얼음’ 이라고 가이드북에 설명되어 있다.
맛은 바닐라맛과 초코 맛이 있었다. 나는 바닐라 맛, 누나는 초코 맛을 먹었다.
굉장히 맛있었다. 입안에서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크림처럼)
우치사르 정상에 가니까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바람을 쐬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늘을 날라다니는 것 같았다.
내려와서 걷다 배가 고파서 한 한국분(준기형)이 준 초코파이를 먹었다.
다음은 괴레메로 갈 차례였다. 원래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인데 그냥 걸어갔다.
그 다음은 sun set에 가서 별 보고 와서 휴식하는 곳에 있다가 씻고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