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인연, 페루 레일의 페루 공주

by 윤혜정
1611_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페루공주_20만.jpg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며
때론 여행 중 계속 만나는 우연이 계속되기도 하며
우연이 인연이 돼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 인연을 이어가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이 가장 여유롭고 열려있을 때는 여행할 때인 것 같다.
여행이 주는 설렘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린 마음이 되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무책임해도 되는 시간이기 때문 아닌가 싶다.
깊게 관계된 본인의 일상에서 물리적으로 더 멀리 벗어날수록
여행지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커진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나와는 곧 관계없는 곳이 될 곳. 나는 관찰자. 부담감은 적다.
여행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이 무책임이라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감정 때문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세상 사는 게 다 이렇지 않은가. 아이러니.
이 사람을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그러다가 오히려 더 특별한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은 또 아이러니. 하지만 당연한 이치.
여행이 끝나도 서로 계속 연락하는 사이가 될 때
평소 자주 보는 친구들보다 더 애틋한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서로를 겪지 못해 좋은 면만 추억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아이러니.
하지만 당연한 이치.

어쨌건.
그래서 여행자들은 순수하고 정직하다. (대부분)
이런 순수한 여행자가 되기까지 나는 보통 1주일이 걸리는데,
그래서 3,4일 짧게 머물다가는 여행지가 아닌
투어 하나가 3박 4일쯤 되는 남미에서는 순수한 여행자들이 더 많다. (순전히 내 이론)
그런 기운을 뿜어내는 여행자들이 만나면 얼마나 사랑이 충만하겠는가.


마추픽추 정글투어 3박 4일 동안 서로 지지해주고 행복을 빌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쿠스코로 돌아가는 페루 레일을 탔는데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다 주고 싶은 꼬마 아가씨를 만났다.

아구아 칼리엔테에서 오얀따이땀보 까지
가운데에 테이블이 놓여 있는 4인용 좌석을 함께 나눌 동행자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였다.

첫눈에 요 아가씨의 깜찍함을 알아봤는데 처음 보는 순간 가만둘 수 없어
도착지에 도착하는 내내 마추픽추에서 받은 사랑을 모두 쏟아내고 말았다.

'그녀석'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후반작업(?) 어플로 온갖 이모티콘으로 치장하는데 재미가 들린 요 아가씨와
1시간이 넘도록 같은 작업(?)이 무한 반복됐지만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꼭 갖고 싶은 것 중 하나.
딸;;;

페루 공주라는 별명을 붙여준 요 아가씨는 아마
여행 중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겠지만
나에겐 남미 여행 중 만났던 수많은 인연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연으로 남았다.
깜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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