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5일 남미 여행은 4개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 두번째 나라는 볼리비아다.
어느새 우리는 볼리비아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고 '그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본 '물' 중에 '가장 예쁜 물',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코파카바나에 있다.
마추픽추 투어에서 만났던 CH는 파타고니아 지방에서 우리와 일정이 겹쳐
약 한달 후 모레노 빙하로 유명한 '엘 칼라파테' 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 전에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만났다)
그때 CH가 이렇게 물었었다.
"한 여행에 여러 나라를 다니니
나라마다 이 나라는 이렇다 저 나라는 저렇다. 서로 다른점을 얘기할 수 있지 않아요?"
음.. 그래.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자마자 너무 잘 알겠다.
'그녀석'은 지금까지 본 '물' 중에 '가장 예쁜 물'을 봤다지만
나는 지금까지 본 여인들 중 '가장 멋진 여인들'을 봤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원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혹은 코파카바나가 시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대부분 전통옷을 입고 있었다.
여러겹의 풍성한 치마와 또다시 여러겹의 숄과
(여름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 지금이 볼리비아의 여름이지?) 따뜻한 스웨터와
뒤에 질끈 맨 보따리와 높이 솟은 둥근 모자 그리고 양갈래로 길게 땋은 머리.
어깨에 걸친 숄 때문인가.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할머니로 변한 소피'들'이 천지에 있는 것 같았다.
겹겹이 입은 모양새가 따뜻한 파스텔톤 그리고 니트소재와 잘 어울린다.
옷을 겹친 방식과 불룩 솟은 모자 하나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함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그들의 시그니처.
단순히 예뻤기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전통옷은 그들의 생활이었다.
더러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장 바닥에 앉아있는 볼리비아 할머니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그 옷은 참 진실돼 보였다.
그리고 그 멋진 옷을 의식하지 않은 할머니들의 자연스러움이 멋져 보였다.
햐. 놈코어패션.
왜,, 옛날 순정만화 잘생긴 남자주인공 보면 인기가 엄청 많은데 자기가 멋진 줄 몰라.
그럼 더 멋진 것처럼.
나는 미대를 졸업했다.
작업이 특이하다 싶으면 친구들의 반응은 '어? 특이하다. 좋다' 였다.
그런 이유에선지 나는 무조건 튀고 싶었다.
작업이 특이하지 않다면 나는 이름도 특이하고 싶어 가명을 지으려고도 생각했었다.
'내 사촌동생 닮았어요' '어? 어디서 만났던 것 같은데?' 소리를 듣는 나는 생긴걸로 튀는것도 포기했다.
어떤 것이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작업일까 고민하던 중,
결국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 유일무일한 것은 '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였다.
이 세상에 나는 유일한 존재이므로 내가 되는 것이 가장 유니크 해지는 방법이었다.
나에게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그 때부터 더 솔직해 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정말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지금까지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대학생 때' 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그간 나에게 덜 솔직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지금' 이라고.
그리고 의식하지 않고도 항상 솔직할 수 있는.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놈코어 해피니스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