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흐린 날은 뭘 하시나요?

흐린 하늘엔 그림을 그려요

by 오느

오늘같이 흐린 날은 다들 뭘 하시나요?


일요일이라고 저야 이제 별 다를 게 없지만

써포터즈활동을 하고 있는

밀린 책과 리뷰할 책을 끝내고 나니

진짜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아~~ 몰아서 일하는 버릇은 여전하군요!


며칠 동안 그림 그리기를 놓았더니

어젯밤 갑자기 그림 감성이 돋더군요.


실은 인물화 그리기를 하다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골이 나서 며칠 쉬었죠~~


어젯밤 늦게까지 그린 2개의 그림 중

사실 오늘 분위기에 맞는 그림은

이 그림이에요~~





음~~ 항구도시라고 해야겠죠.

어제 제 그림의 1호 구독자인 남편이

뭔가 바다에 빠진 것 같다고 해서


항의(?)를 해 봤지만 역시나 틀린 말은 아닌듯하네요



제가 아직 초현실주의나 감성주의자라고 할 만큼

자기 세계가 있는 아티스트는 아니어서

순순히 한 걸음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뒤에 야트막한 산 하나 투척해주기로~~

그래도 비현실적인 주변은 어쩔 거냐고 해 봤지만

아마 이 드로잉북의 저자인 수지님도

이렇게까지 깊은 생각은 안 해 봤겠죠.



일러스트와 그림의 한계가 불분명한

제 탓이라고 변명해 봅니다.

워낙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배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초보가 별수 있나요?


그 모든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딛고 나서

그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요.


브러시를 소개해주고 밑그림을 공유한다고

책처럼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심화그림 예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저 이런 거죠. "당신이 열심히 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언젠가 이렇게 그려 볼 수도 있어!"라고.

그걸 감히 입문자 처지에 그려 본다고

이렇게 진땀 빼고 있는 거랍니다.



처음엔 일자형의 건물에 원근을 입히는 것이 고민이었죠.

레이어를 층층이 깔아서 원근을 표현해주기로 했어요.


그런데 하늘과 바다를 마지막에 대충 그리려 했더니

이 넒은 지면을 차지하는 그들이

인공물 아닌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표현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연은 찍어내듯 반복적으로

색깔과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잖아요.

하나도 같은 게 없어요.

구름도 바닷물결도~

똑같으면 제 그림선생님들 말대로

징그러워집니다.



어떤 파란색을 입히고

브러시를 어떻게 바꾸고

디테일을 살리는 가에 따라서

제 감성과 능력(?)이 거기에 안 들어갈 수 없는 거라서

바다와 하늘 빛깔이 왜 어떻게 달라야 하는

밤중에 한참 고민해 봤습니다.


언제 브러시에 힘을 주고 풀어야 하는지

먼바다와 가까운 바다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그림을 그리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그림 밖에서

이 항구도시로 들어오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겠더라고요.


그리는 사람의 시점에서

빛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신이 하늘에서 이 항구도시를 내려다본다면

당연히 저기 멀리 있는 바다가 더 짙은 빛깔로 표현되어야겠죠.


저는 인간으로 유람선 타고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 보기로 했습니다. 즐겁잖아요! 전지적작가시점은 버리기로

(이건 문학에만 사용되는 말인가?에구 모르겠네요.)




그 다음부터 이 역동적인 바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 마음대로 해 봐라'라고 하는데 고민에 빠졌습니다.


페인팅 브러시에게 물어봤지요. 그냥 파란색을 대충 입히면 되냐고요. "너는 바다가 벽인 줄 아니?"라고 하던데요.


프로 크리에이트 앱 옆 빠렛뜨에

파란색을 줄줄이 붙여놓고

바다를 그린 레이어를 여러 번 테스트하다가

결국 이 정도로 끝내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의 장점은 이 바다 레이어를

다시 레이어에 그려서 예전의 제 그림을

바꾸어 볼 수가 있다는 거죠.


다른 브러시로 이 바다를 다시 표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성장의 기록이 되는 거죠.


그냥 마음 편하게 사람들이

이걸 바다로 느껴줄지 아닐지 던져보기로요.


하늘빛과 물빛은 같아 보여도 분명히 다르잖아요.

오늘부턴 온통 그림과 사진마다

하늘빛과 물빛만 보일 거예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나고 나니

화가들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감성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그들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뭐였을까 하고 말이죠




오늘 날씨가 좋았다면 이 그림을 올리려고 했어요.

<제주 터럭 분교>라고 하네요. 잔디와 하늘이 여백을 꽉 채우고 있지만 그래서 더 왠지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크레파스 질감으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죠.


<손그림 88호>


햇살이 눈부신 날 시골을 지나가다가

이런 분교를 만나면

왠지 살짝 들어가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저는 살짝 들어가서 교실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더군요. 그리고 누가 볼세라 살짝 카메라 셔터를 눌러봅니다.



오늘같이 흐린 날은 뭘 하시나요?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 똥손탈출 프로젝트로 손그림 100호를 향해 뚜벅이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