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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네가 할 효도는 다 한 거야!
나비소녀
by
오느
Mar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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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100호를 그리고 나니
그다음부터 그림에 무게가 걸리기 시작한다.
뭔가 좀 다른 그림
더 수준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
이 높은 기대는 뭐람?
뭔가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려야 될 것 같고
~
~
내가 배우던 <매력 있는 얼굴 그리기>의 선생님은
마지막 강의가 되자
처음부터 끝까지
그동안 배운 그림의 전 과정을
보여주었고
따라 할 테면 따라와 보세요~ 하듯
오늘따라 헤어스타일은 최고 난이도였다.
미션은 아니었다!
에라! 까짓것!
그래서 나도
완강기념으로
그 복잡한 올림머리를 시도해 봤다.
한 오라기, 한 오라기 다 빗어 올려야 한다.
시중에선 똥머리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해서 이 고양이상의
올림머리 여인이
탄생된
거다.
<손그림 101호>
그림의 매력은
강사가 아무리 자신의 그림을
샘플로 제시하더라도
똑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
그 건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묘하게 저도 모르는
자신만의 개성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내 개성이 뭔지는 모른다.
단지 내 그림의 여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나도
궁금하다
!
이제 내가 배우던 인물화 강의는 끝났고
Before와 After의 과정을 비교하여
마지막 미션으로 올려 달라는데...
정말 점점점! 일뿐이다.
내 최초의 그림은
딸아이의 어릴 때 사진이다.
그저 인물이 부각된 사진을 찾다가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집어 들었다
포동포동한 뺨은
멋모르는 내가 표현한답시고
팔자주름을 긋는 바람에
더 나이 든 중년 여인 또는 할머니가 되었을 뿐이다.
그 후로 꽁꽁 본인은 물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덮어 두었던 거였다.
이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 다시 물어본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여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껏 어른들의 매력적인 얼굴을
겨우 몇 개 그려 본 내가
아이들의 그 솜털 뽀송뽀송한 얼굴을
아니 나이를 표현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이가 들었다면
주름살 몇 개라도 붙이겠건만~~
어린이의 얼굴이라니~
어떻게 뺨을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뺨의 느낌을
얼굴 윤곽과 그림자로 표현해 보았다.
연필에 힘을 완~전히 빼고
틀리면 지우다가 이 보드라운 피부에
스크래치라도 날까 조심조심~~~
입술은 살짝 벌린 채로 표현해 봤다.
이 나이에 입을 꼭 다물면
그건 화났다는 뜻!
입을 앙 다문 딸아이의 옛날이 생각난다.
그런 날은 뭔가 골이 나 있었다
그럭저럭 완성하고 나니
머리 위 위치에 제법 큰 점 하나가 생겨
그림을 캡처하면 그 점이 부각이 되는 것이다.
그림을 다 그려 놓고
느닷없는 배경 오점에
화이트도 칠해보고 수습하다가
갑자기 신사임당 님의 기지가 떠올라
급히 이 나이에 했음직한 리본핀을 그려 주었다.
엄마 욕심에 참 많이 산 머리핀 중에
나비 핀으로~~
사실 아이들의 피부는
정말이지 비단결같이 보드랍고
포동포동 뺨은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살짝 오물거리는 입술로
엄마 엄마! 하고 쫒아오면
그냥 바라만 봐도 배가 불렀다.
그 뺨에 내 얼굴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내일 하루를 살아낼 힘이 절로 생긴다.
그 시절 머리 길고 숱 많은 J양의 머리를
그림처럼 반머리로 많이 묶어 주었다.
신경 쓰이지 않게
한 오라기 안 내려오게 당겨서 빗어주었는데~~
갑작스럽게 고등학교 교사가 된 내가
0교시 수업에 가느라고
아빠인 L 씨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아침마다
아빠의 머리 빗기는 스킬을 탓하다
학교 가면 머리끈이 계속 풀린다고
투덜거리더니
결국 J양은 스스로 머리를 빗어
하나로 묶고 보름달이 되었다.
다 살아진다~~
J양의 얼굴을 그리면서
이 아이가 얼마나 이쁜 짓을 많이 해서
그때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잠시
마음이 흐뭇했다
그때 나에게 할 효도는 다 했구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그림과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이정도에선 물러설수 없다는
오기로 버텨보는 시간!
오늘은 최소 무승부는 되는 것 같다
<손그림 102호>
keyword
손그림
효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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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
교사로 살았던 절반의 인생을 접고 나다움을 찾기 위해 독서와 취미생활로 힐링여행중. 과거의 시간과 현재를 연결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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