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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짧은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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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오 Feb 25. 2023

상하이의 밤 거리, 주택가의 작은 바 앞에서

<'도라지 타령'과 '원더 월' > 中




나는 테리와 결연한 악수를 한다. 약속도 한다. 내일도 공연을 한다니 그럼 내일 제대로 공연을 보러 올게. 

우리는 그저 간광객과 친절한 현지인들이거나, 뮤지션들과 관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서로가 당도한 삶을 덧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술친구에 가장 가깝다. 

문제는 이제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들고 술이 깨면 내가 지금의 나와는 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인데.... 

내일의 나는 계획이 많은 사람, 욕심도 많은 사람, 너무 적은 노잣돈과 너무 많은 선택지를 갖고 신세계에 당도한 사람. 그리하여 테리는 아마 내일 저녁 무대에 서서 홀을 돌아볼 때, 다소간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또 오겠다'는 내 말을 믿었던 여행지의 모든 친구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안하다. 사실 바쁜 여행자인 내게는 이미 다른 계획들이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그런 말을 뱉을 때는 늘 진심이었다고도 변명하고 싶다. 엉터리처럼 들릴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알아 줬으면 해서, 그래서 이 원고는 현재형 시제로 쓰여졌다. 

악수를 청한다. 눈을 들여다보며 내일도 오겠다고 말한다. 정말로 내가 내일 이곳에 또 올 것 같아서, 이곳이 이대로 내 삶에서 빠져나가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나조차도 믿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Shanghai_China


_<짧은 여행> (2023/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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