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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May 31. 2017

논문 심사를 앞두고

회사 대표직을 내려놓다

논문을 쓰는 것을 사람들이 고통에 비유하곤 한다.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라고 하는 표현까지 들어봤다. 그런데 아이를 둘을 낳아본 엄마로서 느낀 감정은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논문을 쓰는 과정이 아이를 낳는 것의 고통과는 비할 수 없이 가볍다. 하지만 무엇인가 완성해낸다는 것에서의 괴로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분명 탈고를 하기까지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긴 했다.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이 진척이 잘 되지 않거나, 연구성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나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처음 주제를 잡는 것 무척 고생스러웠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글쓰기를 준비한다면 어렵지 않았겠지만,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주제로 교수님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진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들은 이미 기존에 연구를 해둔 것들이 많더라.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게 생각보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새롭다고 생각해도 이게 진정으로 새로운 것인가는 여러 차례 확인을 거쳐야만 한다.


이미 책을 여러 권 출판한 경험상 주제를 잡아 글을 쓰고 퇴고를 하고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정해진 형식에 맞추어서 학문적인 글쓰기의 틀 안에서 규칙을 준수하며 쓰는 것. 이런 것들이 어려웠다. 하나의 문장을 인용할 지라도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나의 언어로 바꾸는 것, 그리고 모든 출처를 다 표기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래서 논문을 완성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선행연구 쓰는 것이 가장 짜증 났어요.”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쓰는 것과 누군가의 글들을 읽고 집약해서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다른 과정이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고치고 하던 곳도 그래서 이론적 배경인 경우들이 적지 않다. 실제 이번 학기에 같이 논문을 썼던 동기들도 모두 같은 심정이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방법에서 문헌연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기도 하다. 수많은 이론들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승화시켰으니 말이다. 나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다 보니 더욱 대단해 보인다.


질적연구를 택했던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서 의미를 찾는 과정이 무척 좋다. 아마 교육학 박사과정까지 도전하는 이유 또한 이런 측면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이론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렇게나 재미있다. 읽기 쉬운 논문을 써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공감하는 그런 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그런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욕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 회사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10년 가까이 일하며 쌓아온 커리어도 너무 소중하지만, 지금 나는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미디어 칼럼만으로는 갈증이 다 채워지지 않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글을 생산해내는 그런 일. 앞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브런치는 이런 과정의 이야기를 담는 곳. 그렇게 사용하리라 생각한다.


논문 심사를 앞두고 소회를 정리해봤다. 같은 시기 감당하기 버거워진 짐을 내려놓고, 다시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서 연구하겠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어서. 모두 만류하긴 했지만 나는 내가 하고픈 일을 하고 싶다. 나 대신 모든 짐을 떠안아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기도 하고 더 큰 공부, 연구로 나도 보답해주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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