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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Oct 20. 2017

수학 때문에 직업병 도진 이야기

BC생활기 12

#BC생활 12


오래간만에 직업병 도진 이야기.


이곳은 공공도서관이 참으로 잘 되어있다. 토즈처럼 스터디룸을 빌릴 수도 있고, 책이며 DVD며 빌리는 것이 참으로 도움된다. 그리고 reading camp라는 것도 열고, 여로모로 환경적으로도 참 좋더라. 그래서 애들과 일주일에 1~2회는 꼭꼭 가는 편인데, 얼마 전 진심 직업병 도져서 속 터진 날이 있었다. 


여기 도서관에서 편히 앉아 책 보는 자리 일부는 의자가 참으로 불편하다. 의자 하단이 동글동글해서 똑바로 앉아지지가 않는다. 가끔은 애들이 장난치면 나자빠지기도 해서 항상 staff가 예의 주시하다 이상 있으면 와서 앉는 걸 고쳐준다.(대체 이리 불편한걸 왜!) 애들이야 신나서 좋아라 하긴 한다.


 사진 속의 저 의자다. 앉아있는 아이는 둘째.


둘째가 앉아있는 불편하지만 재미있는 의자

하루는 애들 책을 빌려서 잠시 앉아 보고 있었는데, (나는 별로라 여기지만, 애들은 저 의자서 책 보는 걸 좋아라 한다.)한 학생이-동북아 지역 계열은 아닌듯함. 캐나다인인 것 같긴 함- 체격상 대략 secondary school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안경도 착 쓰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큰 아해가 도형 둘레 문제, 딱 저걸 푸는 중이더라.



그런데, 예상대로 못 풀더라. 쩔쩔매는 듯하면서도 잠시 보다가 자기 동생과 얘기하다가 엄마랑 얘기하다가 잠시 딴 데 보다가 기우뚱하는 의자에 고쳐 앉았다가, 다시 펜 잡았다가 문제 보고 몇 번 그으며 고민하다가 딴짓하다가를 반복하더라. 결국 못 풀고 몇십 분을 낭비하는 걸 보고 살짝 속이 터졌다. 속된 말로 빡쳤다.


'야! 그냥 공부 장소부터 바꿔!(바로 이 옆 칸막이 안쪽에 제대로 된 책상과 의자가 있다)'
'그리고 그게 공부하는 중인 거니? 왜 자꾸 딴 데 봐! 수학 문제 풀다가 어딜 봐? 누구랑 얘기해? 그냥 문제만 봐!'
'이거 그냥 더하면 돼! 안 보이니? 더해! 더해!'


라는 말들이 목구멍까지 왔다. 물론 참았다.

우선, 오지랖이고. 그려서 설명하겠는 말로 이해시키기 어렵고, 공부하기 싫은 것 같은데 참견하기 싫고. 무엇보다 나 지금 '육아' 중이라 그냥 눈 딱 감고 패스!


그렇게 훌훌 넘기고 말았으면 될 것을 그날 밤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해서 혼나긴 했다. '그냥 가르쳐줄걸 그랬나?' 싶어서.


참고로 저 문제 우리 나라서는 초등학생 문제더라. 에휴, 눈을 감아야지... 감자... 감는 중... 감아지지가 않는다. 다음에 도서관서 보면 확인해볼까?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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