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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Oct 20. 2017

Conference 후의 소감

BC생활기 13

서점에 애들이 제 발로 가자고 했다.


어제부터 학교서 book fair를 시작했는데, 학교서도 도서관을 자주 활용하는 독서교육은 확실히 괜찮다. 읽고, 쓰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다만 수학이 좀 아쉽다. 다르다고 해야겠지만, 절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아쉽다. 나도 고정관념의 엄마인지 모르겠지만, 수학이 수학 같지 않아 좀 익숙해지지 않는 중이다.


오늘 학교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여기선 상담을 conference라고 하더라)을 했는데,  아이가 '수학을 잘한다.'라고 하더라. 약간 민망했다.  한국서도 안 하던 수학을 여서 잘한다고 하니, 치트키를 쓴 기분이 들더라. 수학은...... 그냥 말을 말자.


그래아이에 대한 평이 한국서와 사뭇 다른 것은 좀 인상적이다. 매우 사회성이 좋고, 친구를 잘 사귀며, 긍정적이고, 밝고, 활동적이며, 에너지가 넘친다. 또 예술적인 감성을 지녔고, 읽고 쓰기도 곧 잘 따라온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려서 다른 애들 그림도 가르쳐주고 완성도 돕는다고 하더라.  다만 가끔 집중을 안 하고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더 나아지도록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선생님이 얘기하시더라.


한국서 상담하며 엄청나게 속이 답답하고 화나고 우울함이 몰려오던 것과는 심히 다른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가 안검하수가 있어 가끔 째려본다고 느낄 수 있는데, 병은 아니고 그냥 증상이라고 고칠 거라고 얘기해보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했다. 얘기해주기 전까진 아예 몰랐다는 것이다.


문득 잠시 다니며 결국 때려치웠던 한국의 학교가 생각났다.

담임선생님 왈,


"애가 눈을 다쳤나요? 왼쪽 눈이 왜 그런가요?"


안검하수는 근육이 다 움직이지 않아 졸린 눈처럼 보인다. 또 가끔은 째려본다고 느낄 수 있다. 근데 선생님의 질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미 아프다고 생각하고 묻는 태도가 싫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이도 물었다.


"애 눈이 왜 이래요?"


묻는 이는 아이도 있었고, 어른도 있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었다.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남들이 다수였다. 지나가다가도 물었다.


"얘 졸려요? 눈이 왜 그래요?"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아이에게 대꾸하는 법도 알렸다.


"중학생 되면 수술할 거예요."


그러다 이곳에 오니 아무도 관심도 없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 생긴 그대로 받아들여짐을 경험 중이다. 이런 건 참 부럽다. 그리고 참 좋다. 특히 선천적 생김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것에 안심이라는 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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