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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Nov 28. 2017

도서관서 보내는 오후

BC생활기 20

작성일: 2017. 11. 4


#BC생활 20


어젯밤에 눈이 왔다.


'밴쿠버, 눈 잘 안 온다면서? 눈... 눈이! 잘 안 춥다면서......'


속으로 볼멘소리를 해가며 한탄했다. 물론 영하는 아니다. 딱 '1도'다. 이게 애매하다. 영하 아니라고 춥지 않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도 이 날씨가 계속 간다고는 하더라. 겨울 날씨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어쨌든 옷을 껴입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역시 현지인들......


학교에서 등교하고 하교하는 아이들 중 꽤 많은 아이들이 반팔을 입고, 반바지를 입었다. 어른들도 많더라. 특히 둘째 담임 선생님은 언제나 민소매시다.


'안 추우신가요?'


묻고 싶지만 꾸욱 입을 닫았다. 체질 차이인가? 안 춥다고 나도 자꾸 되뇌어 볼까나?


'안 춥다. 안 춥다. 안... 춥다. 안.... 안... 춥다는 무슨! 추워. 춥다고!'


그래도 난 조금 낫더라. 홍콩과 대만 엄마들이 나에게 묻더라.

"한국은 더 춥지 않아? 넌 안 춥겠다. 우리는 여기가 추워." 


물론 그곳들과는 비교가 안되지. 자기네 영상 10 도래서, 우린 영하 10도다. 이러긴 했다. 하지만 추위라는 건 객관적인 지표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그것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무척 다른 것 같다. 나는 더위는 정말 홍콩과 대만 친구들에 비해 잘 타지 않는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추위는 그들에 비해서도 더더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언급했다시피 난방 방식 때문에 더 추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온돌이 그립다. 그나마 영상이라는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오늘 도서관서 아이들과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컴퓨터에 시간을 많이 써다. 이곳은 한국보다 컴퓨터 교육을 빨리 시작하는 것 같다. 물론 공교육에서 말이다. 


첫째가 학교서 coding을 배웠다며 컴퓨터를 만지작하고 싶어 하는데, 일단 아직은 내 컴은 사용을 허가하지는 않은 상태다. 코딩 더 배우면 시켜줄지 모르겠다. 공립 도서관서 다양한 컴퓨터 교육이 진행 중이다. 코딩도 있었고, 3D 프린터 교육도 있더라. 신청만 하면 누구나 다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또 비치된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데, 도서관 카드의 아이디와 비번 넣으면 키즈모드로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다. 둘째도 컴퓨터 교육이 시작될 듯한데, 자기도 형처럼 컴퓨터 해보고 싶다고 해서 앉혀서 아이디+비번 입력 완료했다. 그런데 역시. 애들은 게임이다. 불꽃 마리오가 불꽃으로 좀비를 죽이는 게임에 몰입했다. 중간에 흔들림 하나도 없이 열심히 게임에 몰두 중이시다. 이런 집중력이면 무엇이든 하리라 싶더라.


바로 옆, 컴퓨터 앞서 독서 중인 무슬림 여학생과 대비 효과 크구나를 실감했다. 그런데 왜 저 여학생은 컴퓨터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건가?(책은 책상서, 컴퓨터는 컴퓨터로. 틀에 박힌 나의 생각일 수도.) 물론 사용이 밀리고 하거나는 아니지만, 애들 대비 컴퓨터가 적지 않은 편인 것 같다. 동시에 다른 공간서 컴퓨터 교육이 진행 중인 것을 보니, 이렇게 활성화된 활동들이 좀 부러웠다. 모두 무료로 진행 중인데, 'Digital Literacy'를 개발시킨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신청하면 '디지털 문해교육'(한국어로 하면 이 느낌) 받을 수 있다.


어찌어찌 시간 보내다 오니 저녁. 식사하고 씻고 애들 재우고 정신없이 자다 문득 눈 떴다. 정신이 없이 또 하루를 보내다. 아이들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애들과 밖에서 마구 돌아다니며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래. 게임하면서 정신없는 것 같다. 게임하는 너희 지키느라 나도 정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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