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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Nov 28. 2017

학교에서 Movie Night

난 좀 힘든데, 집에서 보면 안 될까? 

작성일: 2017. 11.23

#BC생활 28

학교서 family movie night라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짐에서 영화를 보는 행사를 한다. 저녁에 시작해서 밤 8시까지 영화를 관람하기 때문에 필수 행사는 아니다. 아이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나도 쉬고 싶은 저녁을 반납하고 아이들과 학교로 향했다. 처음 참여를 하는 터라, '설마 이런 행사에 사람들이 많이 오겠어?'라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와있더라. 예상보다도 더 많이 와있더라. 미취학 중인 아이들도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고, 몇 가족 중 대표로 아이들을 인솔해 온 그룹들도 있었다.

 
체육관에서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것이었는데,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편에서는 팝콘, 음료수, 캔디를 학부모회에서 팔고 있었다. 팝콘 냄새가 솔솔 나고, 아이들은 신이난 모습이 생경하기도 하고 나도 덩달아 약간 들뜬 기분이 들었다.


담요를 가져오라고 누군가 귀띔해줬는데, 도착해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 이미 경험이 많은 다른 아이들은 파자마와 잘 때 덮는 담요, 베개 혹은 인형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편하게 자리 깔고 누워서 영화를 관람하더라. 우리는 담요만 가져갔는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더라. 처음에 앉아서 보던 우리 아이들도 서서히 드러누워서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Car3> 였는데, 이미 한국에 있을 때 극장에서 봤던 거라 썩 재미있지 않았다. 게다가 작은 화면에 작은 소리, 프로젝터로 쏘는 나쁜 화질의 영화가 재미있을 리 없었다. 살짝 화면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비딱한 모양이기도 했고. 그래도 애들은 마냥 재미있나 보더라. 영화가 재미있다기보다는, '함께' 보는 게 재미있었던 듯하다.


어른들은 딱히 즐거운 시간은 아니긴 하다. 수다를 떨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우리 취향의 영화도 아니고. 그냥 아이들이 즐겁게 있을 수 있도록 온전히 서포트를 하는 시간이라 무척 심심하다. 약간 고문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이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기다리고, 참고, 버텨주는 일이라 이제 조금씩 익숙해진다.


어쨌든 외국인인 나의 눈에는 특별한 재미가 많지 않은 곳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이벤트를 자꾸 생성하려 노력한다고 보인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아주 작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서울과는 무척 느낌이 다른데, 좀 심심하고 번잡스럽지 않은 환경이라 삶에서의 소소한 재미가 필요하긴 하다. 나도 처음엔 좀 지루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하나씩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더욱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그래서인가. 이런 작은 행사에도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율이 무척 높고, 모두 적극적인 편이다. 비단 그게 의무가 아니라도 말이다. 학교 공동체가 덕분에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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