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논다는 건 변함없다
작성일: 2017. 11. 25
#BC생활 29 다른 학년, 같은 교실, 같은 수업?
Combined (split) class라는 것이 있다.
캐나다 커리큘럼은 대학원서 꽤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 혼합 교실(우리끼리는 편하게 mixed라고 말한다.)에 대해서 잘 몰랐다. 이 이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한 것도 최근 사귀게 된 Karleen이라는 현지인 아주머니를 통해서다. 학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Karleen은 재미있는 이력의 소유자인데, 한국의 S 영어 학원서 젊은 시절 영어회화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덕분에 한국에 대해서 이해가 깊다. 뭐 오래전이긴 하지만. 약 30년 정도? 아직 한국, 서울에 종로가 중심지이고 강남이 막 등장하던 시기에 살던 분이라 한국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 강해서 많이 수정시켜드리는 중이다. 그때마다 'unbelievable!'을 외치셔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며 최대한 새로운 면들을 찾아 설명해드리려 하고 있다.
아들은 한 명 있는데, 미국인이다. 결혼해서 미국서 쭉 살았는데, 거기서 출산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grade 4까지를 다녔다고 한다. 그쯤 심각한 고민 끝에 온 가족이 캐나다로 다시 오고 아이도 캐나다 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다고 한다. 바로 미국식 교육이 싫어서.
"목표 성취 중심이라서요?"
라고 물으니, 반색하며 줄줄이 말한다. '테스트 투성이'라며 불만은 쏟았다. 학생이 알든 모르든 어쨌든 테스트서 점수만 나오면 되는 게 싫었단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에 NCLB(No Child Left Behind Act)를 폐기하고 ESSA(Every Student Succeeds Act)로 바뀌긴 했는데, 아이가 이 NCLB의 희생자 중 하나가 아닐까 여겨졌다. 무조건 평가 결과만 좋으면 되니 무엇을 배우는가 보다 점수가 어떠냐를 따졌으니. 교육에 관심이 많은 깨어있는 캐나다 어머니는 마음에 안 들 수밖에 없었겠다. 여기서 특히 대화가 잘 이뤄졌다. 미국 교육은 좀 많이 공부했는데 대화 주제로 무척 좋았다.
아이의 교육만이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그것과 더불어 복합적 이유로 캐나다로 다시 왔는데, 이 combined class에서 grade 4에선 선생님의 역량으로 잘 다녔다고 한다. '행복하게'. 그런데 grade5 때 선생님이 지나치게 grade 6에 맞추면서 아이가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grade5부터 home schooling 시키다가 secondary때 학교로 복귀해서 교육과정을 잘 마쳤다고 한다. 초등을 홈스쿨링 해도 그 이후 오히려 독립적으로 학교서 잘 적응했다는 부연설명도 있었다.(오! 이걸 영어로 알아들었다.하고프지만, Karleen이 S영어학원 강사 출신이라, 심히 잘 얘기해준다.^^)
여기 초등학교는 이렇게 학년이 섞인 채 운영한다. 물론 아닌 곳도 있더라.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100% 섞어서 공부시킨다. 덕분에 아이들이 격년으로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한다. 신기하긴 한데, 교육적으로 나는 글쎄(?)하고 있다. 요새 학교 커리큘럼을 조금씩 깊이 보고 있긴 한데, 이게 참 쉽지 않겠다 싶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 아직 무언가 평가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어서 좀 더 살펴보고 말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교육효과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섞이든 말든 그냥 좋단다. '학교=노는 곳=천국'이기 때문에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주말에도 빨리 학교 가자고 하고,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라고 하고.
'그래. 생각 없이 열심히 즐길 때지. 몇 년 안 남았다. 열심히 놀아라.'
지금은 즐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