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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Nov 28. 2017

다운타운에서 봉사활동

BC생활기 ex2

작성일: 2017.11.21


Vancouver downtown에서 봉사활동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성당에서 함께 하게 된 행사였는데, 이곳에서 성당을 다니면서 이런 일도 해보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종교활동을 딱히 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종교활동을 하지 않으면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전보다 어쨌든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약간 주저함으로 시작했는데, 다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더라. 


이번에 한 봉사활동은 homeless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정기적으로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하는 센터가 그 한 곳에 몇 개가 모여있던데, 그중 한 곳이었다.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약간 궁금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직접 돕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 한 번의 참여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 homeless는 한국 노숙자와는 다르다는 걸 알았다.  취향과 주장이 무척 분명하고, 표현도 자유롭게 하더라. 이를테면 자신이 어떤 식성이라든가, 어떤 음식은 절대 넣지 말라든가라는 식이다. 


"I'm a vegetarian."
"The soup has too much bone in it."


등등 요구사항이 상당히 자세하고, 태도도 당당하다. 내 권리는 내가 찾는다는 느낌이더라. 심지어 옷도 잘 입는다. 이 센터 2층에 정말 많은 기부된 옷들이 있었는데, 옷을 잘 골라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입고 다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멀끔한 사람도 많다. 


처음 저런 요구를 들으면서 당황스럽긴 했는데, 계속 지켜보니 이렇게 어디에 구속되지 않고 사는 것이 그냥 life style인가?라는 의문도 좀 들더라. 딱히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파산이라든가 경제적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 캐나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복지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라 가족의 수입이 일정 수준이 아니면 저렴하게 집을 임대할 수 있도록 집도 제공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아직 모르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물론 모두가 다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 끼 식사를 배불리 하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분들도 많긴 했다. 이런 인사를 들을 때 기분이 좋더라. 이 기분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작은 노력으로 사람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난 주로 설거지를 맡았는데, 설거지를 해야 하는 통이 크고 무거워서 약간 힘이 들긴 했다. 조용히 설거지를 계속하는데 주변에서 눈여겨봐주고 다들 수고했다 해주셔서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실은 내가 설거지를 좋아한다. 원래 가정 일 중에 제일 좋아할는 일이 설거지와 청소. 가장 싫어하는 일이 빨래 접기와 요리라. 나는 내가 좋아서 한 일이데 다른 사람들은 설거지가 제일 싫었나 보다. 음식 나누기보다 깨끗이 닦는 게 하고팠던 것뿐인데. 결국 사람들이 등을 떠밀었다. 빨리 집에 가라고. 너무 수고했다며. 계속 있겠다고 했는데, 재차 권해서 멋쩍게 웃으며 정리도 채 다 못하고 먼저 집으로 가볍게 향했다. 


반나절의 봉사로 나누는 즐거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다. 그래서, 다음이 더욱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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