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핑크지
오늘은 Pink Shirts Day 였다. 이날이 무슨 날인고 하니, 바로 bullying을 반대하는 날이다. bullying을 우리말로 하면 '괴롭힘'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왕따', '학교폭력' 등 모두가 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것이다.
이 날이 pink shirts day가 된 데에는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다. 2007년 Nova Scotia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왔었나 보다. 그런데 몇몇 남학생들이 그 학생을 괴롭힌 듯하다. 희한하게 여기서는 동성 결혼도 합법이고, 좀 더 유연하게 성자기결정권에 대해 대처하는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구별 짓는 문화'가 좀 있다. 즉 남성성임을 드러내기 위해 좀 더 남성스럽게 하는 것이다. 어정쩡하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어필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남성스럽기 위해서 남자애들이 더더 분홍색과 같은 옷을 안 입는다는 생각이 든다. 회색, 검은색, 초록색, 파란색.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더욱 분홍색 옷을 기피하던 아이들이 분홍색 옷을 입은 남학생을 괴롭히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무척 나쁜 행동이다.
이런 괴롭힘의 행동을 본 두 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Travis와 David란 학생이었다. 이 둘이 다음 날 50개의 분홍색 티셔츠를 사 와서 남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괴롭히지 말고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그 행동이 꽤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스마트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유발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괴롭힘이 나쁜 행동인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해주었고,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가 함께 pink shirts day에 분홍색 셔츠를 입고 anti bullying, no bullying을 외친다.
괴롭힘을 나쁜 것으로 인식시키는 운동이 참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짓밟지 않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아이들에게도 이 날의 의미를 가르치고 모두가 분홍 옷을 입고 조회도 하고, 보는 나는 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어제 학교에 미팅이 있어 갔다가 반 앞에 게시판에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단박에 큰 아이의 작품을 찾았다. 역시 컬러풀한 것을 좋아하고, 자신 나름의 작품을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이 조금 튀어 보였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엄마라, 아이의 작품이 눈에 띈다.- 아직 군데군데 틀린 문법들이 보이지만 무슨 말을 하고픈지 꽤나 잘 전달이 되더라. 그래, 'bullying'은 나쁜 것이란다. 절대 나보다 약한 누군가, 우리보다 적은 수의 누군가 등을 괴롭히는 행위는 하지 말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