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C생활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Mar 01. 2018

Pink Shirts Day

남자는 핑크지

오늘은 Pink Shirts Day 였다. 이날이 무슨 날인고 하니, 바로 bullying을 반대하는 날이다. bullying을 우리말로 하면 '괴롭힘'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왕따', '학교폭력' 등 모두가 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것이다.


이 날이 pink shirts day가 된 데에는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다. 2007년 Nova Scotia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왔었나 보다. 그런데 몇몇 남학생들이 그 학생을 괴롭힌 듯하다. 희한하게 여기서는 동성 결혼도 합법이고, 좀 더 유연하게 성자기결정권에 대해 대처하는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구별 짓는 문화'가 좀 있다. 즉 남성성임을 드러내기 위해 좀 더 남성스럽게 하는 것이다. 어정쩡하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어필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남성스럽기 위해서 남자애들이 더더 분홍색과 같은 옷을 안 입는다는 생각이 든다. 회색, 검은색, 초록색, 파란색.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더욱 분홍색 옷을 기피하던 아이들이 분홍색 옷을 입은 남학생을 괴롭히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무척 나쁜 행동이다.


이런 괴롭힘의 행동을 본 두 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Travis와 David란 학생이었다. 이 둘이 다음 날 50개의 분홍색 티셔츠를 사 와서 남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괴롭히지 말고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그 행동이 꽤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스마트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유발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괴롭힘이 나쁜 행동인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해주었고,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가 함께 pink shirts day에 분홍색 셔츠를 입고 anti bullying, no bullying을 외친다.


괴롭힘을 나쁜 것으로 인식시키는 운동이 참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짓밟지 않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아이들에게도 이 날의 의미를 가르치고 모두가 분홍 옷을 입고 조회도 하고, 보는 나는 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어제 학교에 미팅이 있어 갔다가 반 앞에 게시판에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단박에 큰 아이의 작품을 찾았다. 역시 컬러풀한 것을 좋아하고, 자신 나름의 작품을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이 조금 튀어 보였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엄마라, 아이의 작품이 눈에 띈다.- 아직 군데군데 틀린 문법들이 보이지만 무슨 말을 하고픈지 꽤나 잘 전달이 되더라. 그래, 'bullying'은 나쁜 것이란다. 절대 나보다 약한 누군가, 우리보다 적은 수의 누군가 등을 괴롭히는 행위는 하지 말자꾸나.

큰 아이 작품(좌)/교실 앞에 전시해 놓은 아이들 작품(우)


매거진의 이전글 눈 오는 밴쿠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