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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Mar 05. 2018

Feeding Birds

캐나다 구스가 공격한다

이곳에서 살면서 새들을 바로 코앞에서 만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학교를 점거하고 있는 Snow geese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 앉아있는 Canadian geese 하며,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커다란 갈매기들 그냥 삶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나를 봐도 결코 도망가지 않던 비둘기들이 있긴 했었지만, 야생성이 살아있는 캐나다의 새들과는 조금 다르게 한국의 비둘기는 좀 더 도시화(?) 되어버린 느낌이긴 했다.  


새들이 와서 모이를 먹는 과정을 보기 위해선 꽤 인내심이 필요하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경계를 풀고 온다.


여기서 만난 캐나다인 친구가 유독 동물들을 좋아하는데, 새들에 대해서 무척 박학다식했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남다른 가치관이 있는 이 친구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늘 자신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더러운 것이 있어도 쉽사리 종이타월을 뜯어 닦지도 않는다. 비닐을 한번 쓰면 무조건 재활용하려고 드는 검소함과 자연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 어린 행동들을 보며 많이 배움을 얻는 중이다. 게다가 두 마리의 큰 개를 키우고 있는데, 개를 ‘산다’라는 개념이 아니다. 모두 보호소에 있던 아이들을 입양해와서 돌보고 있다. 게 중에는 암에 걸린 개도 있고, 아픈 개들도 있다. 그런 식으로 아프던 개들을 돌보다 떠나가면 이름을 새겨 목에 걸어두었던 펜던트들을 차키에 차곡차곡 걸어두더라. 덕분에 키를 뭉치로 가지고 다닌다. 물론 키가 많은 것이 아니라, 키링을 차지하는 펜던트들이 많아서다.


어쨌든 이 친구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feeding birds를 소개해주고 함께 가자고 했다. 30분 거리에 bird sanctuary가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새 보호구역 정도 되겠다. 그곳에 가서 새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관찰하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날도 꽤 풀린 터라 우리 아들 두 명과 아들들의 친구인 일본+홍콩계 캐나다인 아이를 데리고 갔다. 나이가 딱 우리 아이의 중간이라 이 세 명이 꽤나 잘 어울린다. 이 아이는 이름이 세이지인데, 일본인 엄마의 영향을 받아 일본어가 더 익숙하더라 생긴 것도 일본인 같다. 홍콩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라는 통에 아이는 3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그리고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과도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아시아 계열이 살짝 더 친밀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긴 하다.  


새들의 모이도 티켓을 구매하며 살 수 있었는데, geese처럼 조금 큰 새들 종류와 chickadee처럼 조금 작은 종류의 새들이 먹는 모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은 새들이 오히려 큰 호박씨 등을 좋아하더라. 티켓 부스 옆에는 바로 커다란 Cranes(두루미)들이 그냥 서 있었는데, 두루미를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망도 가지 않고, 바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두루미가 무척 신기했다. 생각보다 크기도 했다. 그리고 곧 도망을 가지 않는 것은 두루미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갖 새들이 종류별로 다 있었는데, 손에 호박씨를 들고 가만히 기다리면 작은 새들이 와서 손바닥에 앉아 호박씨를 골라 먹는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휙 내다 버리기도 하더라. 작은 새가 손바닥에 앉은 기분이 간질간질하고 귀엽기도 하고 좋더라. 새가 내 손에 앉아서 이렇게 모이를 먹다니 영화, 아니 만화 속에서나 봄직한 경험이었다.  


흔히 말하는 그 캐나다 구스다.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가끔은 모이를 달라고 공격을 한다고도 하더라.


나보다 아이들이 더욱 신났다. 가까이 다가와 모이를 달라는 새들을 보며 마냥 신났다.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칼린이 절대 새들을 쫓아도 안되고 공격해도 안되고 괴롭혀도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해두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신나서 날뛰기는 해도 새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자연을 보면서 함께 즐기는 경험을 하나 더 쌓을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동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새 모이주기는 꽤 의미 있던 것 같다. 지난번 crabbing에서 느낀 묘한 불편함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아이들에게 crabbing 보다는 feeding birds를 더 많이 가자고 해봐야겠다. 한 곳에서 가만히 게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넓은 새 보호구역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욱 활동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할 테고 말이다.  

아이들과 새들, 자연 속에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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