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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06. 2018

방탄소년단과 한국어 공부

가사를 해석하는 그날까지

여기서 어떻게 구한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임스가 입고 온 방탄소년단 티셔츠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한국어 공부를 이끌어가는 편인데, 오늘의 주제는 ‘노래’였다.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제임스가 겉옷으로 입고 왔던 후드티를 벗었다. 이런……’ 방탄소년단 굳즈인 티셔츠’를 입고 있더라.  


“저는 방탄소년단 좋아해요.” 

(BTS라고 안 하고 방탄소년단이라고 하더라. 한국어 배웠다고 그새 익힘.)

“무슨 노래를 좋아해요?” 

“피 탐 눈멀이요.” 

“아, 피 땀 눈물?” 


방탄소년단 노래만 듣는다더라. 운전면허가 없는 제임스는 차를 타는 거리를 이동할 때는 부모님의 차를 타는데, 그때도 내낸 방탄소년단 노래만 듣는다며. 내가 대단하다고 엄지 척을 해줬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묻더라. 어떤 가수를 좋아하며, 어떤 노래를 좋아하냐고. 솔직히 나는 한국 노래를 잘 듣지 않고 있다. 유튜브로 종종 찾아보긴 하는데, 뮤지컬 넘버인 경우가 제일 많다.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가 홍광호다 보니, 홍광호가 출연한 넘버를 찾아서 듣고 또 듣는데, 다른 가요는 잘 안 듣는다. 


“요즘 듣는 음악은 Francesco Yates의 ‘Come over’이고 좋아하는 가수는 Charlie Puth야.” 


Francesco Yates는 심지어 캐나다인이라 라디오에서 심하게 자주 나온다. 이곳에 살다 보니 점점 캐나다 연예인과 미국 연예인을 구별하는 기준이 생기는데, TV와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면 대부분 캐나다 연예인이다. 구분이 불분명한 편이었는데 꾸준히 보니 알겠다. 캐나다인들은 미국과 다르다는 사실에 꽤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숙지해두는 편이 좋다.  


어쨌든 Francesco Yates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너 대체 캐나다인 맞아?) 그러더니 ‘We don’t talk anymore’라는 노래를 아냐고 묻는다.  


“당연히 알지. Charlie Puth의 대부분의 노래를 좋아해.”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커버했습니다.” 


이러더라. 여기서 커버는 한국어로 다른 말이 있냐고 해서, 그냥 커버라고 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김성재’도 안다고 하더라. 캐나다 나이로 19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청년이 어찌 김성재를 아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역시나 똑같은 답을 하더라. 방탄소년단에서 커버를 했더란다. 제임스, 대체 방탄소년단만 찾아보고 있는 것인가?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더라. 


그러더니 한국의 가수들을 줄줄이 읊는다. 트와이스는 밴쿠버에 와서 Likey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었는데, 그 촬영 장소 중 하나가 리치몬드의 스티븐스톤 해안 가였나 보다. 자기도 거기 있었단다. 그리고 빅뱅이 킹 오브 케이팝이라나, 뭐라나.  


“왜 나는 Pop을 듣고, 너는 K-pop을 듣는 거지?” 

“그게 우리가 같이 만나 공부를 하게 된 이유 아닐까요?”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임스와 대화를 위해서도 K-pop을 좀 들어둬야 하나, 생각을 해보았다. 제임스가 공부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사실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긴 했다. 진즉에 물어볼 걸...... 참, K-pop은 ‘가요’라고 말하라고 단어를 알려주었다. 앞으로는 ‘가요, 노래, 가수’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 요즘 우리는 언어의 혼합이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 중이므로. 


그나저나 다음에 한국에 들어갔다 오는 길에, 방탄소년단 CD 및 굳즈를 사다 주면 제임스가 감동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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