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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19. 2018

부정 의문문으로 한풀이?

너네도 당해보니 어떠냐?

"Don't you love me?"
"No."
"뭐라고? 진짜?"

예전에 남편과 부정 의문문으로 장난을 치며 당황시키곤 했었다. 여기서 사랑한다면 당연히 'Yes. I love you.'라고 해야 한다. 영어의 희한한 부정 의문문에 대한 답변 방식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다.


또 한 번은 스케이트를 배우면서 경험한 적이 있다. 원래 스케이트를 그럭저럭 타는 편인 나는 이곳에서 일종의 좌절(?)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학교에서 주최한 행사였던 'Family skating day'를 통해서였다. 정말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른들도 모두 스케이트를 아주 아주 잘 타더라. 뒤로도 타고 한 발로도 타고. 여하튼 멋지더라. 나는 간신히 넘어지지 않는 수준.


그래서 스케이트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커뮤니티센터에 신청해서 배우게 되었는데,  첫날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Have you never learned skating  here before?"


당연히 배운 적이 없던 나는 당당하게도 대답했다.


"Yes."


당황한 선생님이 다시 묻는다.


"Didn't you learn?"

"Yes"


다시 당황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 선생님 입장에서는 나를 처음 봤는데, 자꾸만 배웠었다고 말하니 무슨 유령학생쯤 되는 줄 알았나 보다. 동공에 지진이 일면서 다시 물어본다. 아주 천천히. '그러니까 나의 말은 너 전에 여기 왔었어?' 그제야 무슨 문제인지 알아냈다. 다시 급히 정정했다.


" I am beginer."


헷갈려서 yes와 no를 아예 생략하고 팩트만 답하기로 했다. 그러니 대화가 좀 되더라. 이놈의 부정 의문문은 한국인의 머리에 쥐가 나게 하는 놈이다. 처음 영어를 배우던 시기에 이 부정 의문문 때문에 참으로 여러 번 머리를 쥐어박고 외우고 연습하고 했었더랬는데, 그때는 그럭저럭 공식처럼 외운 것을 적용하며 이겨냈었더랬다. 그런데 시험지의 문제와는 다르게 실제 맞닥들인 사람들하고의 대화는 그 몇 배로 힘들다. 생각할 시간이 무척 부족하기 때문에. 즉각 대답을 해야 하는데 뜻대로 잘 안된다. 그래서 그냥 yes나 no를 빼고 답하기로 나는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저들도 나도 덜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편 반대로 잘 생각해보면 영어권 아이들한테 한국의 부정 의문문 이야말고 진정한 최고의 난제인 것 같더라. 이를테면


"아닌 게 아닌 건 아니잖아?"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자알 생각해서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한국어를 배우는 제임스는 이 부정 의문문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한다. 실제 몇 번 질문을 하는데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을 하다가도 제대로 답을 못하기 일쑤였다.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란 말인 거지?"


이러면 당황하면서 한참 고민한다. 표정을 보면 뇌는 이미 안드로메다 어딘가에 던져진 듯하다. 몇 번을 고쳐 알려주는데도 이 아해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겪고 있다. 자기네 언어 사고와 참으로 다른 사고이기 때문에 답을 잘 못한다.


이 상황에 나의 감정은, '안쓰럽긴 하지만, 너네도 한번 당해봐라'도 조금 있다. 미안, 그동안 내가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서. 힘들지? 우리는 몇 년간 더 힘들었단다. 고생 좀 해~


"너도 내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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