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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26. 2018

둘둘 커피

double double

 여기 캐나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유용한 표현이 있다.


"Can I get a double double?"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커피에 설탕 2스푼, 크림 2스푼을 넣는 스타일을 말한다.


  솔직히 유용한 표현이란 게 맞을지 모르겠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가 커피라 할 정도로 커피 중독자이지만, 어디까지나 블랙에 한해서다. 이에 반해 가장 싫어하는 먹거리가 설탕이 들어간 커피라 할 정도로 단 커피가 싫은 나에겐 솔직히 전혀 쓸 일 없는 말이긴 하다.


  희한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단 커피를 좋아하는데, 일례로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시킬 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무턱대고 아이스커피 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가끔 시럽이 가미된 커피를 받을 수 있다. 일명 '클래식 시럽'이라고 하던데, 따로 아무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넣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 와서 주문을 하다가 실수를 하는 사람들을 꽤 자주 본다. 물론 나 또한 처음에 그러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블랙'×3 정도 크게 말한다. 못 알아들을까 봐 가끔 'no 슈거, no 크림'까지 외친다. 비싼 돈 내고 마시는 제일 좋아하는 음료가 순식간에 제일 싫어하는 음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설탕이나 크림을 넣어준다면, 어쩔 수 없다. 한 모금도 못 마시고 눈물을 머금고 안녕 인사를 할 수밖에......

이게 바로 그 둘둘 (double double) 커피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입맛이 좀 다른 것 같다. 제임스도 마찬가지인데, 저 double double만 마시더라. (맥심 커피가 입맛에 맞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인 듯) 그래서 내가 한국어로 알려줬다.


"한국도 비슷해. 둘둘이라고 해봐."


  뜻을 설명하는데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double double을 대체할 만큼! 그 후 제임스는 내 앞에서 꼭꼭 '둘둘 커피'라고 한다. 어째 발음도 비슷하고 뉘앙스도 좀 비슷하다.


  오늘도 둘둘 커피와 함께 한 한국어 수업. 제임스가 일취월장하고 있어서 참으로 기특하다.


"선생님 저는 둘둘 커피 마십니다."

"그래. 잘 마시거라."


  영어로 대화할 때는 이름을 막 불렀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는 영어 대화 중에도 꼬박꼬박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게 한다. 이게 참으로 듣기 좋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한국인이라. 학생이 선생님이라 불러줘야 편하다.)


"선생님, I want to get 둘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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