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기대지 않는 삶
나는 아팠다. 그리고 여전히 아프다.
실은 일을 10년 가까이 열심히 하며 살았었는데, 난 진짜 주어진 일은 좀 열심히 하고 빡빡하게 사는 스타일이었더랬다. 그래서인지 열심히 차근차근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자리도 잡은 편이었고 인정도 받았었다.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 좀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성실함을 갖게 된 것은 어려서의 가정교육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도 같다. 부모님은 좀 엄하셨고, 항상 자아비판과 반성을 중시하셨다. 크게 칭찬하시는 법이 없었고 언제나 나 자신과 나를 또다시 비교하는 상황에 곧잘 놓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좀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도 같다. 쉽게 기뻐하지도 쉽게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도 않는 건조한 성격으로 자랐다. 또 자꾸만 공허해지는 나 자신의 존재감과 자아를 채우려 타인의 칭찬에 의존하는 삶을 살려했다. ‘칭찬해주세요’ 타인의 칭찬을 받는 삶? 그건 행복한 삶일까?
아주 어린 시절 언제쯤은 행복하다고 느낀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칭찬을 받아야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삶이란 말인가? 그 칭찬을 잃으면 나는 모든 것을 잃는데 말이다. 또 다른 칭찬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단 말인가? 끝없이 채찍질하고 가다듬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 삶. 그게 너무 익숙하다.
그리고 '나는…… 행복한가?'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도 비슷한 시선을 갖고 대하게 되더라. 일견 좋은 선생님일 수도 있었겠지만, 또 잔인한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많이 미안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게 득이 된 아이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점차 병들어갔다. 다들 내가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라 알겠지만, 나는 냉정하다기보다 조금은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은 나 스스로가 괴로워하며 치열하게 반성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보이는 그 이상으로 밤마다 잠을 못 이루며 나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힘들어하고 그랬다.
10년을 자꾸 앓다 보니 가족도 주변도 나 자신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에 강박에 시달리며 짜증이 늘어만 갔다. 그리고 또 반성하고 또 괴로워하고 고치려고 발악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악 순환이 반복되더라. 동시에 자꾸만 커지는 자기혐오도 감당이 잘 되지 않았다.
파탄으로만 흐르는 내 삶의 전환을 위해 어느 날 모든 걸 다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발악하듯 나 자신을 좀먹는 모든 것들을 다 버려두기로. 그래서 떠나기로. 아마 전혀 나와 관련성 없는 머나먼 이국 땅에 뚝 떨어져 존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 안에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솔직히 아직도 긴 시간 다듬어진 성격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자아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 겹겹이 두르고 있던 갑옷을 한 겹 벗고 나니 전보다 살짝 더 잘 상처받기도 한다. 오히려 전에는 '냉정'의 가면 뒤로 숨어 애써 보려 하지 않았던 타인의 비난으로부터도 이제는 쉽게 자극받는다. 아마 아직은 그 어느 것도 익숙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문제를 지난 몇 달간 유심히 바라보며 최근 깨달은 바는 ‘나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내가 아주 오랜 기간 모르고 살았던 것이 아닌 가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반성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누구의 칭찬도 필요 없이, 온전히 나를 사랑하며 만족을 경험하는 삶. 그건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