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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May 20. 2018

롤모델을 버리기로 했다

애초에 그들과 나는 유전자가 다르다

 괴로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나도 모르게 자꾸만 그 누군가와 비교를 하곤 해서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그것도 완전무결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인간들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나를 발견하고 자꾸만 부족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하나씩 발견해 간다. 일상처럼 이건 너무 생활화되어 있던 행동이더라.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부터 우러나와 선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에 대해 특히나 일종의 굴욕과도 같은 감정을 갖고 있더라. 나는 선천적으로 그다지 선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쉽게 화도 내고, 나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꺼리고,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본능에 충실한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어디서 등장한 사람들이지 모르겠지만 비범하게도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타인을 돕고,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움과 따사로운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감탄과 함께 나 자신의 초라함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나도 저들을 따라 해봐야지. 착하고 이타심 넘치는 사람이 되어봐야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 자신은 전혀 그들과 다른 인성의 사람, 그것도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만 확인하게 되더라. 저들은 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하고, 나는 어떻게 저게 불가능할까? 나는 내가 미워져 갔다. 모지리, 문여리.  


 자기계발서의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공부로 성공했던 사람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 어려움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 개천에서 용이 되었다는 사람들. 그들의 책에는 항상 초인적인 인내심과 침착함, 현명함이 있었고 그들은 그 노력으로 결국에 성공을 거두더라. 나도 그렇게 하면 언젠가 성공하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할 수조차 없는 지독히도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더라. 오늘의 배고픔을 참아 내일의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엔 당장 눈 앞의 초콜릿이 너무 맛있고, 배고픔을 참기에 나 자신의 지금의 감각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애초에 그들과 유전자가 다른 인간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도 모르게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성공스토리에 감탄하고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픈 롤모델을 만들고, 그들과 끊임없이 나 자신을 비교해 채찍질을 해댄다. 물론 며칠 못 가 또 실패하고 나는 또 자괴감에 빠지고 나를 탓하고 더욱더 혐오한다. 모지리, 문여리.  


 오늘 그래서 나는 롤모델을 버리기로 했다. 아마 이것도 당분간 실패하고 또 나 자신을 탓하고 욕을 해댈 것이다. 성공 못할 수도 있다. 애초에 그다지 치밀하지도 계획성이 있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아마도 또 이것도 흐지부지 되고 ‘내가 그렇지 뭐’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괴로움의 근원 하나쯤을 더 확인한 것만으로도 꽤나 큰 돌덩이를 걷어낸 기분이다. 


 애초에 그들과 나는 유전자가 다르다. 그들이 한다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건 또 아니잖아. 다른 사람인데 어떻게 같이 되려 한단 말인가? 나는 닭인데, 하늘의 우아한 백조들을 보고 따라 날 수야 없지. 열심히 푸덕거리며 빽빽대기나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것부터라도 우선은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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