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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May 10. 2018

11화: 면접관은 처음이라

신입사원 면접관이 되다


- 면접에 저와 두 선임님들이 들어가는 걸로 이야기가 됐습니다.


어느 날, 팀장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획팀 새 인원을 뽑기 위한 면접에 들어오라는 이야기였다.


- 제가 면접관으로요?






1.
올해 초 연봉협상이 끝난 이후,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났다. 사원부터 매니저, 팀장까지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떠난 만큼, 새로운 인력의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대규모의 에이전시가 아닌 이상, 기존 담당자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무 배분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원이 적은 만큼 사람이 떠나고, 다시 들어오고 하는 일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람이 계속 오고 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업무에 대한 효율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신입일 때는 그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조직이 돌아가는 상황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조직 돌아가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동안은 팀장급 이상에서 진행했던 일이라 자연스럽게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팀장급 인원의 부재로 그다음 직급인 선임매니저 2명이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중 하나는 바로 나였다.



면접 참여가 확정된 후, 신입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또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사실 몇 년 차이도 나지 않는데, 꼬집어 물어볼 나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평생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닌 이상 이직을 하게 될 것이고, 나는 또 면접을 보게 될 거다. 예비면접자로서, 면접관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는지, 무엇을 파악하고자 질문을 하는지 생각해볼 좋은 기회였다.



2.

신입 지원자 총 4명의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2명은 면접이 취소되어 결과적으로 내가 본 면접자는 2명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했을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라는 종이 너머에 있는 지원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드디어 면접자들과 대면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왜 이 직무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목표는 어떤 것인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욱 앞으로가 기대되는 사람들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이해'가 묻어 나왔다. 어쨌든 면접의 본질은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자리에 대해 많은 조사와 고민을 해왔다는 증거다.


이처럼 면접에 임할 때는 면접자 본인이 아니라 면접관의 입장에서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게는 면접관, 크게는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한다면 '함께 일할 사람'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이제 겨우 두 번의 면접을 경험한 초보 면접관의 글이다. 다만, 에이전시에서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이 면접관이 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다소 뻔한 얘기겠지만, 본질이라는 것이 원래 쉽게 변하지 않는 뻔함이 있는 것 아닐는지.







아무쪼록 면접을 잘 마쳐서 다행이다. 처음 진행해보는 면접이라 포인트를 잡지 못해 횡설수설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무엇보다 면접자들 덕분에 면접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쳐 생각 못했다. 면접은 면접자뿐만 아니라 면접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만난 면접자들이 임원 면접까지 통과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한 회사의 식구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커피 한 잔 쏴야겠다. 덕분에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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