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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Nov 25. 2018

책이라는 매개체로 삶을 공유하다 - 카페 바달로나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로컬 공간 리뷰


본 콘텐츠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글을 많이 쓰는 편인 것 같다. 거기에 도시작가 활동까지 더해져 요즘은 글 복이 넘치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글을 잘 쓰는 것에는 공간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용한 집에서는 글이 잘 써지지만, 시끌벅적한 카페에서는 잘 써지지 않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집에서라도 글이 잘 써져서 다행이지만, 가끔은 집 말고 새로운 공간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카페 바달로나의 첫인상


이러한 와중에 도시작가로 방문하게 된 카페 '바달로나'는 공간 소개에 '글쓰기 좋은 카페'라고 되어 있어 더 관심이 갔다. 게다가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바달로나로 향하는 발길이 유독 가벼웠던 것 같다. 


경인교대입구역에서 내려 찾아간 바달로나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와 심플한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첫인상은, 필자가 글 쓸 때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한 공간에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일단 첫인상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어서 본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머나먼 타지에서의 경험이 곳곳에 묻은 공간


공간 내부는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차분한 색상의 컬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차분한 공간이다. 각 테이블에는 스탠드가 놓여있었고, 원목 의자와 함께 손수 고른 듯한 식탁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에 멋스러운 식탁보


한쪽에는 초상화로 보이는 작품과 오르간이, 안쪽에는 몇 개의 책과 소파가 자리 잡고 있다. 창문이 별도로 없고, 벽 자체가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바깥의 소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늑한 거실 혹은 서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래서 '글쓰기 좋은 카페'인걸까? 


여타 카페보다는 사적인 느낌의 이 공간은, 사실 공간기획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이 카페의 이름 '바달로나'는 실제로 스페인에 있는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여행 중 우연히 바달로나로 가게 된 공간기획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저렴한 숙소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예술가와의 추억이 이 공간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곳곳에 바달로나의 경험이 묻어있다


공간기획자가 바달로나에서 만났던 예술가는 독특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평소에 형광등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밤이 되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을 텐데도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만들고 싶은 것은 다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혼자 커피를 마실 때도 꼭 찻잔을 사용했고, 식사를 할 때도 꼭 식탁보를 펼치는가 하면, 어디를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꾸며 입기를 좋아하는 등 구색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조금은 유난스럽게 보일 수 있었지만, 공간기획자가 좋게 본 이유는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카페 '바달로나'에는 주어진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던 예술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은은한 조명에, 깔끔한 식탁보에, 공간 한쪽에 있는 그림에서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 그저 빛


그 예술가를 비롯해 바달로나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처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의견을 나누며, 특수한 목적이 없어도 일상 속 즐거움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카페 '바달로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공유하다


공간기획자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나눌 매개체로 '책'을 선택했다. 카페 '바달로나'에서는 독립 출판을 위한 책 쓰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직업과 연령에 상관없이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은 서로의 글을 보고,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일상을 나누고 있다. 


카페 바달로나의 다양한 독립 출판 도서


카페 '바달로나' 곳곳에도 이러한 모임을 통해 만들어진 책들이 있는데, 오르간 위에는 담뱃갑처럼 생긴 책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담뱃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담배처럼 생긴 책을 만날 수 있다. 책을 펼쳐보면 담배와 관련된 문구가 적혀있다. 독립 출판의 장점을 살려 탄생한 실험적인 결과물이 아닐는지. 


또한, 공간기획자가 선물로 준 『우리는 더 낭만적일 수 있습니다』는 구글 번역기를 활용하여 책을 썼다. 공간기획자는 바달로나에서 만난 분과 결혼을 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구글 번역기를 쓰게 됐고,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소통 방식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물을 보니 새삼 책이 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쓴다는 것이 어렵고 특수하게만 느껴졌는데, 우리 모두 조금 더 용기를 내도 괜찮겠다. 




'글쓰기 좋은 카페'라 하여 방문하게 된 카페 '바달로나', 실제로 방문해보니 글쓰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글을 쓰고 있으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꿈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카페 바달로나

주소: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동 986-11 1층

가격: 공간 대관 시간당 15,000원

공간예약: 스페이스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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