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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Nov 24. 2018

마케팅 에이전시에게 '브랜드 저널리즘'은 위기인가

브랜드 저널리즘 입문 Vol.3


에이전시 마케터의 브랜드 저널리즘 입문, 지난 회차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브랜디드 콘텐츠'는 소비자가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보일만한 문화적 요소와 브랜드 메시지를 합친 콘텐츠이며, '브랜드 저널리즘'은 이러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저널리즘에 입각하여 꾸준히 축적하고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할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브랜드 저널리즘 현주소와 브랜드 저널리즘이 마케팅 에이전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견해다. 특히, 필자가 에이전시의 마케터인 만큼 브랜드 저널리즘이 이 업계에 진정 '위기'가 되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자 한다.




브랜드 저널리즘, 대한민국에 도래하다

코카콜라 저니 한국판 페이지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코카콜라'다. 이전에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코카콜라 저니'를 이야기한 바 있다. 코카콜라는 보도자료 배포 없이 오로지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정도로 크게 성공한 브랜드 저널리즘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코카콜라 저니'가 올해 초 한국판 페이지를 오픈한 건 큰 의미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때, 코카콜라 저니의 메인 화면에서 배우 박보검과 피겨여왕 김연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꽤 신선했다.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사례 '삼성전자 뉴스룸'


순수 국내 기업의 브랜드 저널리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뉴스룸'은 2010년 '삼성 투모로우 블로그' 시절부터 자체 브랜드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도 2014년부터 '소셜편집국'을 꾸려 오늘날의 'HMG Journal’을 만들었다. 


오픈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채널 현대카드'도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다만, '채널 현대카드'는 최근 활동이 뜸한 데다가 얼마 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오픈하면서 그 역할 구분이 명확하진 않다.


이외에 SKT의 'SKT Insight', 보험 업계 최초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시작한 KB손해보험의 'KB손해보험 Insight'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다른 사례지만 '청와대'에서도 홈페이지에 '뉴스룸' 채널을 오픈하여 브랜드 저널리즘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T Insight(좌)와 KB손해보험 Insight(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하나둘씩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하려는 것을 보아 국내의 브랜드 저널리즘 정착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다만, 앞서 소개한 몇 가지의 사례 중 브랜드 저널리즘의 핵심 중 하나인 '브랜디드 콘텐츠'의 부재가 느껴지는 채널도 있다. 콘텐츠보다는 뉴스에 치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저널리즘 채널로서의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브랜드 저널리즘은 '소비자가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보일만한 문화적 요소와 브랜드 메시지를 합친 콘텐츠'가 존재해야 한다. 소비자의 흥미는 배제한 채 '브랜드 메시지'에만 열중한다면 누가 찾아와서 콘텐츠를 소비할까. 본질적 고민 없이 트렌디한 기업이 하니까, 경쟁사가 하니까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돈은 물론 시간까지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아직까지 일시적인 트렌드로 보는 측면이 있으나, 각자의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일찍이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하는 중이다. 아직은 해외에 비해 완전하게 부합되는 사례는 적으나, 점차 우리나라에 맞는 개념이 확립되어 브랜드 저널리즘을 진행하는 브랜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시에게 브랜드 저널리즘은 위기인가


그렇다면, 브랜드가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미디어를 형성해가는 이 상황이 마케팅 에이전시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혹시 몰라 마케팅 에이전시에 대해 간략히 얘기하자면, 고객(광고주)의 광고대행은 물론 상품의 계획이나 판매 활동 등의 마케팅 업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회사를 의미한다. 필자는 이중에서도 '디지털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운영 제안을 준비하며 팀원들과 함께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결국 브랜드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것이고,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가 제작되어야 한다. 분명 지금의 수준과는 다른 차원의 깊이가 요구될 것이다. 문제는 에이전시에서 과연 얼마나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에이전시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태 SNS를 판매촉진 창구로 고민해 왔지만 디지털 환경에서의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브랜드가 깨닫고 있고, 앞으로는 뉴스룸의 형태로 온드 미디어(Owned Media)를 편할 거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는 분명 에이전시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블루오션도 언젠가 끝을 맺게 될 것이다. 그 끝은 아마도, 브랜드 저널리즘이 정착하고 난 이후 '우리 콘텐츠를 왜 우리 팀이 아니라 에이전시에서 만들지?'라는 각성에서부터 시작될거다. 브랜드와 에이전시간의 신뢰를 굳게 다져 마인하우스처럼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기업의 비전을, 기업에 입장에서 이해하는 내부 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결국 에이전시에게 브랜드 저널리즘은 위기이자 기회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기회이지만 큰 위기다. 에이전시는 이제 브랜드 저널리즘을 제대로 바라보고, 새로운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한 해 한 해 제안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먹고사는 건 한계가 있다. 기존의 프로젝트 수주 방식이 아닌 다른 방향성과 차별화된 솔루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3화에 걸쳐 많이 부족하지만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글을 써봤다. 사실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에이전시 마케터로서 나름의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미약하지만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보니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전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브랜드 저널리즘 입문 시리즈 정주행 하기>
1화 진화하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브랜디드 콘텐츠'
2화 콘텐츠 시대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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