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Nov 23. 2018

동네서점의 쌔끈한 리브랜딩, 흑석동 청맥살롱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로컬 공간 리뷰


본 콘텐츠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흑석동에는 '청맥'이라는 이름의 서점이 있었다. 1980년에 문을 연 청맥은 서울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이었다. 겪어본 시절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대학생들에게는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는 '지식창고'와도 같았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평범한 ‘동네서점’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청맥은 지난 2011년에 문을 닫게 되었다. 그저 청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많은 동네서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많은 이들에게 지식창고가 되어주던 서점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커피와 맥주가 있는 동네책방 '청맥살롱'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흐리던 11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흑석동을 방문했다. 중앙대학교로 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본 적 없지만 반가운 이름을 만나게 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줄만 알았던 '청맥'이라는 이름이다. 아, 이름이 조금 바뀌기는 했다. '청맥서점'에서 '청맥살롱'으로.




리브랜딩으로 새로 얻게 된 이름, 청맥살롱


'리브랜딩(Rebranding)'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이나 환경이 변하기 마련인데, 리브랜딩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기존의 브랜드 혹은 제품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한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물론, 콘셉트나 전략을 변경하는 것 모두가 리브랜딩에 포함된다.


갑자기 왜 마케팅 이야기를 하는가 싶을 거다. 필자의 마케터라는 직업에서 기인한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청맥살롱'에 대한 지난 스토리를 알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리브랜딩이 떠올랐다. 리브랜딩에 가장 적극적인 제품군은 장수제품인데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는 1980년에 문을 연 청맥서점을 탈바꿈시킨 청맥살롱에도 충분히 해당되는 부분이다.


첫인상은 색다른 느낌의 북카페 같았던 청맥살롱


청맥살롱은 문화, 전시기획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다랑어 스토리'가 만든 공간이다. 청맥서점의 맥을 잇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눈여겨볼 점은 단순한 북카페가 아니라 '살롱'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꾸몄다는 점이다.

살롱(salon)은 흔히 사교적인 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콘셉트에 걸맞게 청맥살롱은 강렬한 컬러로 공간을 꾸몄고, 재즈 풍의 음악으로 살롱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최근에 빈티지한 공간을 많이 접했는데, 그와는 상반된 느낌의 공간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다가왔다. 


기존 브랜드(서점)가 갖고 있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새로운 취향과 업계에서의 차별점까지 고려했다. 이것 참 쌔끈한 리브랜딩이 아닐 수 없다.


강렬한 컬러가 눈길을 끄는 카운터
공간은 물론 메뉴판까지, 세심한 리브랜딩이 느껴진다



변화 속에서 본연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매력


청맥살롱에서는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청맥살롱의 오픈일이 4월 19일인데, 이러한 날짜에서 모티브를 얻어 '혁명'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유명한 혁명가의 모습과 어록이 담긴 작품들이 공간 곳곳에 보였는데, 이러한 전시회의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전시회 이외에도 중앙대학교 사진과 학생들의 사진 전시나, 작가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혁명가 호치민과 파농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
다양한 혁명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맥살롱의 가장 유니크한 장점은 저자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의 한쪽에는 책이 가득한 매대가 하나 있는데, 이 매대에 있는 모든 책에 저자의 사인이 담겨있다. 도서 행사나 저자의 강연 때마다 줄 서서 직접 사인받은 책이라고, 청맥살롱의 공간기획자는 뿌듯하게 이야기했다.


이렇듯 청맥살롱은 기존의 공간에서 살롱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했지만, 어디까지나 서점의 맥을 이은 공간이다.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트렌디한 요소를 가미했으나, 공간 자체에 깃든 정체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은 결국, 청맥살롱의 매력이 된다.


이곳이 바로 저자의 친필 싸인이 가득한 매대
왠지 신뢰가 가는 청맥's Pick




도시작가로써, 청맥살롱의 공간기획자에게 앞으로 바라는 점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학생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오길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학생들, 동네 주민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대화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공간기획자의 바람까지 듣고 나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대학생일 때, 학교 주변에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러운 아쉬움이었다. 아직은 서늘한 겨울의 추위가 오기 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청맥살롱의 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아쉬움을 달랬다.

맛있는 커피와 다양한 책이 있는 북카페이자,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청맥살롱', 새로운 이름과 함께 아주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청맥살롱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서달로 161-1 2층 청맥살롱

가격: 음료는 4,000~8,000원대 / 공간 대관 정보는 아래 스페이스클라우드 사이트 참조

공간예약: 스페이스클라우드


작가의 이전글 콘텐츠 시대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저널리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