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영상 콘텐츠 춘추전국시대
얼마 전에 펌을 하고 '펌 손질하는 법'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었다. 습관처럼 네이버 앱을 실행했다가, 이윽고 유튜브 앱을 실행하여 펌 손질 관련 영상을 소비했었는데, 확실히 네이버에서 텍스트를 보거나 별도로 영상 탭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바로 영상을 보는 것이 편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네이버보다는 유튜브에 관련된 콘텐츠가 더 많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신기했다. 어느새 우리는 무언가를 알고 싶거나, 보고 싶을 때 영상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고, 그에 따라 영상 서비스 시장도 커졌다.
특히, 올해 들어 이러한 성장세를 체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영상 서비스와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든 영상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다. 더불어, 아주 조심스럽게 2019년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1. 영상 콘텐츠 전국시대를 평정한 ‘유튜브’
올해 다양한 영상 서비스가 사랑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MVP를 뽑는다면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던 서비스지만, 유독 올해 들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5월, 유튜브의 CEO 수잔 보이치키는 공식적인 유튜브 이용자가 18억 명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에 15억 명 정도였는데, 1년 사이에 무려 3억 명이 증가했다. 로그인하지 않고 이용하는 사용자까지 합친다면,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특히,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튜브 앱 사용자는 지난 1월 2,880만 명에서 9월 3,109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용시간 측면에서도 지난 8월 기준 총 333억 분으로 카카오톡(199억 분), 네이버(136억 분), 페이스북(40억 분), 다음(32억 분)을 가볍게 따돌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유튜브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의 성장이 만들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발표한 ‘2018 유튜브 리와인드’ 순위를 살펴보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탈모인들의 적으로 불리는 갱복치의 ‘탈모르파티 풀버전’, 부부가 운영하는 홈 트레이닝 채널 땅끄부부의 ‘허벅지 안쪽살 빨리 빼는 운동 3가지’, 먹방으로 유명한 밴쯔의 ‘[ENG] 밴쯔 스팸 고작 3조각 먹방’등이 순위에 진입했다.
또한, 소비자들을 만나는데 제한이 없다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실제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과 만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동안 일방적인 소통에 지친 새로운 세대들이 기존의 미디어에 균열을 불러일으킨 것이 새로운 영역이 탄생하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2. 영상 공룡의 한국 시장 급습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자주 이용하는 유저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올해 들어 우리나라 콘텐츠가 많이 업로드되고 있다. 국산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예능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물론 존재하지만, 오히려 꽤 많은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 사랑받기도 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힘쎈여자 도봉순’, ‘미스터 션샤인’, 영화 ‘부산행’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제작에도 힘을 더한 사례인데. 약 400억 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에서 300억 원 이상을 넷플릭스가 판권 구매를 통해 투자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제작비 200억 원 중 100억 원 이상을 방송 판매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배급과 투자를 넘어 직접 제작을 진행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일단, 올해는 국민MC 유재석이 진행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었고, 내년 1월에는 드라마 부문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킹덤’이 공개된다.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주연에 tvN ‘시그널’을 만든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의기투합한 조선시대 좀비물로 예고편부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제작진이나 배우 캐스팅만큼 엄청난 제작비도 화제가 되었는데, 총 6부작으로 회당 제작비가 15억~2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역대 한국 드라마 회당 최고 제작비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행보는 영상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는 필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호기심과 우려도 동반한다. 좋게 보면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많은 방송사와 국내 제작사들이 콘텐츠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주도권을 뺏길수도 있을 것이다.
3. 극호와 극혐 사이 ‘틱톡’
앞서 소개한 ‘유튜브’를 이용하는 유저라면 ‘틱톡(Tik Tok)’의 광고를 자주 봤을 거다.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만든 15초 정도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다. 2017년 바이트댄스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musical.ly’를 인수한 이후, 2018년 8년 두 앱이 통합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틱톡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1분기 동안 다운로드 수 4580만 건을 기록해 3530만 건을 기록한 ‘유튜브’와 3380만 건을 기록한 ‘와츠앱’을 제쳤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는 10대 연령층에 인기가 매우 많다. 영상 편집 툴의 퀄리티가 좋지는 않지만, 10대 저연령층에게는 쉽지 않은 영상 편집을 매우 쉽게 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10대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20대 이후로 가면 갈수록 이용자가 급감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이용자가 급감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과도한 횟수로 노출되는 광고다.
유튜브를 이용하다 보면 높은 확률로 틱톡 광고를 만날 수 있는데, 너무 많이 하다 보니 '틱톡'의 연관 검색어 1순위가 '틱톡 광고 극혐'일 정도다. 하다못해 틱톡 광고를 차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있었을 정도이니(물론 청원 참여가 많지는 않다) 틱톡의 광고가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 역시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틱톡 광고도 어쩔 수 없이 많이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지만, 너무 자주 노출되다 보니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운영진 측에서 이러한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어느 정도 선에서 수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2018년을 대표하는 영상 콘텐츠 서비스 사례에 대해서 알아봤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19년에는 어떤 영상 콘텐츠 서비스가 사랑받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2019년에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 많은 정보가 없는 만큼, 미리 보기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1. OTT 서비스로 진출하는 꿈의 왕국 ‘디즈니 플러스’
모두가 알다시피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기업이다. 미키마우스, 도널드덕, 곰돌이 푸 등 전 세계인이 아는 유명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21세기에 들어서는 가장 성공한 히어로 무비인 ‘마블시리즈’의 판권까지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디즈니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엄청나게 키웠는데, 지난 2012년에는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여 ‘스타워즈 시리즈’의 판권을 얻었고, 2017년에는 ‘20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면서 마블 스튜디오에는 없었던 ‘엑스맨 시리즈’의 판권까지 모두 얻게 되었다.
이처럼 판권을 인피니티 스톤 수집하듯 모은 디즈니는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꾀한다. 바로, 넷플릭스가 군림하고 있는 OTT* 서비스 시장이다. 디즈니는 2019년에 ‘디즈니 플러스’라는 이름의 가입형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OTT(Over The Top): 기존의 통신 및 방송 사업자와 더불어 제3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정면승부를 하기 위해 디즈니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이며,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넷플릭스에 배급되던 디즈니의 콘텐츠는 모두 빠질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영화는 ‘캡틴 마블’이며, 이후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와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로키, 스칼렛 위치의 솔로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와 같은 마블 덕후는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7000여 편의 TV시리즈와 500여 편의 영화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튼튼한 기반을 가진 디즈니의 OTT 서비스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2. 스티븐 스필버그에 오프라 윈프리까지 ‘애플 프리미엄 TV’
애플은 2019년 상반기에 프리미엄 TV 서비스를 출시한다. 우선, 미국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하반기에는 100개가 넘는 국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등 미디어 거물들과 함께 만든다고 하니 엄청난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3. 국내 IT기업의 영상 콘텐츠 진출 ‘네이버, 카카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원천은 10년 넘게 축적해 온 ‘웹툰’에 있다. 네이버 웹툰 2000여 개, 다음 웹툰 1000여 개에 달하는 저작권(IP)을 가지고 있으며, 자체적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적용된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상사업 계열사를 두고 콘텐츠 제작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비질란테’, ‘여신강림’ 등이 드라마화가 확정되어 벌써부터 팬들의 가상 캐스팅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물량 공세를 이겨낼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4. 보상형 블록체인 기술 도입하는 ‘왓챠’
'왓챠'는 포인트 보상을 위해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올해 초부터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왓챠 내에서의 활동을 CPT라는 이름의 토큰(코인)을 통해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내년 1월부터는 이용자에게 실제 CPT를 지급할 계획이며 1분기 이내에 CPT 정기 지급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2월 16일에는 CPT 보상 상위 0.03%의 유저를 초대하여 ‘콘텐츠 프로토콜’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필자도 상위 0.03%에 해당하여 행사에 참여했고, 왓챠의 운영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블록체인’은 아직 조심스러운 영역이라고 생각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올해만큼 2019년에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유튜브가 계속해서 천하에 군림하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강자에게 그 자리를 내줄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한 명의 영화 덕후이자 콘텐츠 소비자로서, 또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로서, 이러한 경쟁이 좋은 콘텐츠의 지속적 창출에 밑거름이 된다고 본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어떤 차별화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곧 좋은 콘텐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참 좋은 영상 콘텐츠 덕분에 눈이 즐거웠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다가올 2019년에도 소비자의 니즈와 창작자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본 콘텐츠는 마케팅 스터티 매거진 <YOMA> Vol.9의 콘텐츠입니다. 더 다양한 콘텐츠는 <YOMA>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