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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Apr 02. 2019

따로 또 같이, ‘세계관’ 콘텐츠의 세계

MCU와 BTS, 그리고 뉴미디어


 세간의 관심이 온통 불미스러운 사건에 집중된 요즘이지만, 극장가에서는 한 영화가 혹평 속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6일 개봉한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이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캡틴 마블’ 스틸컷 ⓒ 다음 영화


 영화 ‘캡틴 마블’은 개봉 전후로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져왔다. 주연 배우인 ‘브리 라슨'의 페미니스트 발언 논란과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의 애도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주연 배우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영화 흥행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다른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봐도 큰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세계관(Universe)’이 있다. 다음 달이면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는데, 해당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줄기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캡틴 마블’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라 불리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큰 열풍을 일으키며 영화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관’을 공유하는 콘텐츠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영화는 물론 음악, 웹툰, 게임까지 말이다.



이 시대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세계관’을 구현하다


 본격적으로 세계관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세계관이라는 말은 픽션의 세계 설정이란 의미로 쓰이는 단어인데, 일본어로부터 유입되어 그 쓰임이 잘못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원래 ‘세계관’이란 단어에서의 '세계'는 '내가 사는 현실 세계'를 뜻하는 거지 '소설이나 게임 속 가상 세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즉, 세계관은 본디 자신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세계관을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Worldview'와 배경 설정을 의미하는 'Universe'로 철저하게 구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설정, 세계, 배경세계, 배경 설정 등으로 쓰는 것이 맞지만, 현재는 ‘세계관’이라는 말이 신조어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1) 영웅 그 이상, 하나의 세계를 만들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세계관이라는 요소는 세계 설정이라는 의미에서 사실상 모든 픽션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현실과 거리가 먼 판타지, SF 작품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되어 왔다가 최근에는 영화에서 같은 세계관을 가진 다른 작품이나 스핀오프 등이 나오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마블 10주년 기념 포스터 ⓒ 마블 스튜디오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히어로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막대한 인기와 수익을 끌어들이는 미디어 부분 최강 콘텐츠이며,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작품 모두가 이 세계관 안에 연결되어 있다.


 MCU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차근차근 쌓아 올린 스토리로 인해 팬들로부터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갖게 되는 개념, 즉 ‘보장한 재미’에 대한 신뢰다. 다만,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007’ 시리즈나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기존 프랜차이즈 영화는 각 편의 퀄리티에 따라 흥행의 차이가 컸다.


 이러한 점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팀업 무비 이외에도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등 최근 개봉하는 솔로 히어로들의 영화들까지 흥행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MCU는 확실히 다른 결을 가지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마블 스튜디오


 이는 영화 한 편을 파는 단계에서 그 캐릭터를 파는 프랜차이즈 단계로, 나아가 서로 다른 여러 캐릭터들이 같은 세계 안에서 관계를 갖고 존재한다는 세계관 단계로 흥행법칙이 넘어간 셈이다. 결국 대중은 그 ‘관계성’을 보고, 열광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커다란 집단적 서사, 세계관을 형성시키며 충성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충성도의 효과는 지난 11년간, 21편의 영화로 쌓아 올린 집단적 서사의 최종단계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충성도를 있게 만든 주요 배우들이 하차하게 될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많은 팬들이 떠나가는 이탈점이 될까, 아님 그동안 구축해온 세계관이 더욱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전환점이 될까?


 추가적으로, MCU 이후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DC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DC 확장 유니버스’, 소니가 MCU와 별개로 마블 코믹스에 나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두고 베놈을 필두로 시작한 ‘소니 마블 유니버스’, 킹콩과 고지라 시리즈 등의 거대 괴수를 중심으로 이어나가는 스토리 ‘몬스터버스’, 컨저링과 애나벨 시리즈, 더 넌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은 ‘컨저링 유니버스’ 등이 있다.



2) K-POP에 숨겨진 모티브를 찾아서

 세계관 콘텐츠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음악 안에 메시지를 녹이는 것으로 세계관을 구현한 것은 2012년부터다.


엑소 ‘마마’ 뮤직비디오 ⓒ SM Entertainment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EXOPLANET)’에서 그룹 이름을 따온 엑소(EXO)는 카이에게 순간이동, 찬열 불, 백현 빛 등 멤버들 개개인을 상징하는 초능력과 탄생 설화를 부여했다. 이러한 설정을 공연 시작 전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관객들에게 세계관을 선보였다.


 같은 해 데뷔한 B.A.P는 데뷔 때부터 ‘마토키(마스크를 쓴 토끼)’를 심벌로 내세웠다. 마토행성에 살던 마토키들이 우주여행을 하다 불시착한 지구에서 음악으로 지구 정복에 나선다는 설정을 했다. 방용국에게 대장 '시시마토', 막내 젤로에게는 인공지능형 로봇 마토키 '토토마토' 등 각기 다른 특색의 마토키 캐릭터가 부여됐다.


방탄소년단 ‘Young Forever’ ⓒ Big Hit Entertainment


 이렇게 시작된 음악 속 세계관 구현을 더욱 확장시킨 것은 ‘방탄소년단(BTS)’이다. 방탄소년단의 콘텐츠 중 세계관과 관련된 노래와 영상에는 ‘BU’ 로고가 붙는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 없지만, 팬들은 방탄소년단 세계관(BTS Universe)이라 읽는다.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고,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다른 뮤직비디오에서도 반복 등장해 흩어진 서사를 연결하는 모티브가 된다.


 재미있는 점은 방탄소년단의 경우,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떡밥’이라 불리는 힌트를 줘 팬들이 세계관을 갖고 놀게 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에는 ‘화양연화 더 노트’라는 얇은 책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엔 멤버들의 이야기가 일기처럼 실렸다. 일기의 내용 속에는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상징에 대한 떡밥들이 담겨있다.


화양연화 더 노트 ⓒ 빅히트샵

 

 이밖에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피땀 눈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바다), 제임스 도티의 ‘닥터 도티의 마술가게’(페이크 러브) 등 문학 작품을 연상시키는 모티브를 담아냈다. 팬들은 이런 단서들을 활용해 세계관을 해석하고, 제2의 콘텐츠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은 팬들에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놀이문화를 도입해 충성도를 높이는 장치로 활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이 성공적으로 구현이 된 이후 드림캐처, 이달의소녀와 같은 후배 가수들도 세계관을 설정하고, 이를 암시하는 모티브를 자신들의 콘텐츠에 심는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공식적인 활동이 없는 공백기에도 팬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3) 캐릭터 IP의 장점을 극대화한 유니버스


 “부활남, 테러맨, 신석기녀, 신암행어사, 캉타우, 하우스키퍼...”


 아마, 네이버 웹툰을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작품명일 텐데, 위에 나열한 작품들은 인기 작품이라는 점 이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


슈퍼스트링 프로젝트 ⓒ YLAB

 

 일명 ‘슈퍼스트링’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웹툰 제작사 ‘YLAB’이 제작한 여러 작가의 웹툰 속 주인공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시켜 스토리를 전개하고 이를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장르로 확장해 나가는 와이랩만의 IP(지적재산권)이자 멀티 유니버스(Multi Univers)이다. 2015년 12월에 발표된 슈퍼스트링은 태양계에 원인불명의 이상이 생겨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인류를 구출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이 세계관 안에서 함께 움직여 웹툰계의 ‘마블 유니버스’로 불리기도 한다.


 슈퍼스트링에 포함된 각각의 작품들은 수백만 조회수를 자랑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IP를 활용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RPG 게임 ‘슈퍼스트링’이 출시될 예정이며 ‘부활남’, ‘아일랜드’ 등 영상화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와이랩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 85억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편, 기존의 웹툰을 게임으로 옮겨 새로운 세계관을 구현하기도 한다. 기존에 연재되었던 다수의 작품을 엮어 콘텐츠의 종류를 늘리고, 새로운 독자층의 유입도 확보하기 위함이다.


히어로 칸타레 ⓒ 엔젤게임즈


 올해 초에 정식 출시된 ‘히어로 칸타레’는 웹툰 유니버스 모바일 게임의 선두주자다. 네이버 인기 웹툰 '갓오브하이스쿨'과 '열렙전사' 속 주연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는 특유의 세계관 설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웹툰과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유저라면, 즐겨보는 웹툰 속 주인공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가 가장 궁금할 텐데 두 작품은 '히어로칸타레'의 세계관 안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관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는 ‘뉴미디어’

 

 영화를 기점으로 음악, 웹툰, 게임까지 확장해가고 있는 ‘세계관’ 콘텐츠, 그렇다면 세계관 콘텐츠가 지금처럼 큰 사랑을 받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도 세계관 콘텐츠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일단, 시리즈로 이어지는 세계관 콘텐츠의 태생적 한계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MCU와 같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예로 들어보면 속편이 나올수록 어쩔 수 없이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서 '알고 보면 재미있는데, 모르고 보면 재미가 없을 수 있다'라는, 장기 시리즈물이 피하기 힘든 부작용이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은 4월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한 달 안에 21편의 영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정주행이 가능하긴 하다. 최근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고화질의 영화 감상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비교적 최신에 개봉한 ‘블랙팬서’, ‘토르: 라그나로크’,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등이 업로드되어 있고, 지난 3월 31일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역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정식적으로 영화를 정주행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마블의 모든 이야기와 캐릭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에서 마블을 소비하는 방법


 유튜브의 ‘마블’ 연관 검색어를 살펴보면 ‘마블 총정리’, ‘마블 세계관’, ‘마블 정리’ 등의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마블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에 입문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보려고 하니 잘 기억이 안 나서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좀 더 풍성하게 관람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마블 총정리' 키워드 관련 콘텐츠


 이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듯이 유튜브에는 정말 많은 관련 영상이 있다. 지난 이야기 정리부터 예고편 떡밥 해석까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콘텐츠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쉽게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예시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점은 충성도 높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낸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뮤비 해석 콘텐츠를 만들듯이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팬들은 또 하나의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를 공유한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뉴미디어인 ‘유튜브’는 소비자이자 새로운 생산자가 되어 세계관 콘텐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관 콘텐츠는 다양한 세계를 연결하고, 합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유행처럼 번지는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급하게 진행했다가 되려 낭패를 본 사례들도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성공적인 세계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을 짜고,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팬들이 그 세계관을 이해하고, 또 하나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뉴미디어의 역할은 적지 않다.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놓친 콘텐츠를 다시 한번 편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튜브는 자발적 콘텐츠 생산의 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데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를 열어보자.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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