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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Nov 24. 2019

OTT 시장의 거인, 진격의 '디즈니 플러스'

하루 만에 1000만 명! 디즈니 플러스의 돌풍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핫한 작품은 무엇일까? 
양한 작품이 있지만 단연 '겨울왕국 2' 눈에 띈다. 필자도 방금 보고 왔는데 속편을 통해 계관을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는 디즈니의 역량이 돋보다.


사실, 올해 극장가는 디즈니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년의 방점을 찍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하여, 예상치 못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알라딘', 9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4'까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역시 디즈니"라는 찬사 쏟아다. 앞서 얘기한 '겨울왕국 2'도 개봉 이틀 만에 12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디즈니는 올 한 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 ⓒ Disney+


이처럼 화려한 한 해를 보낸 디즈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극장가를 넘어 OTT* 시장까지 점령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베일에 쌓였던 모습을 드러냈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첫날, 1000만 명이 문을 두드리다


디즈니 플러스의 시작은 2017년 8월, OTT 시장의 선구자 '넷플릭스'와의 결별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TV 유료 방송에 대한 코드컷팅, 즉 OTT 서비스의 성장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TV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즈니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으로 넷플릭스와 과감하게 결별했고, 자체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시네마콘 2019'에서 소개된 디즈니 플러스 ⓒ Disney+


결단을 내린 디즈니는 이미 큰 몸집을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6월에는 '21세기 폭스'의 영화·TV사업을 713억 달러에 인수하게 되면서 '엑스맨 시리즈', '나홀로 집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열두명의 웬수들' 등 다수의 작품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2018년 11월 8일에 공식 명칭 및 로고를 공개했고, 2019년 4월에 개최된 '시네마콘 2019(CinemaCon)'에서 자세한 서비스 내용개했다.


마침내 11월 12일,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공식 출시했다. 출시 첫날, 접속자 폭주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는 등 여러 오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24시간 만에 놀라운 가입자 수를 기록했다. 무려 1000만 명이다.


디즈니 플러스 스마트 TV UI ⓒ Disney+
디즈니 플러스 스마트폰 UI ⓒ Disney+


출시와 동시에 이렇게 많은 가입자수가 생긴 것은 디즈니 콘텐츠 자체에 대한 로열티도 물론 크겠지만, 무엇보다 가격 면에서 크게 어필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월정액 6.99달러(약 8,174원), 연 69.9달러(약 8만 1,748원)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넷플릭스의 월 15.99달러(약 1만 8,836원)와 비교했을 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뿐만 아니라 ESPN+, Hulu*를 묶은 번들 서비스(월 12.99달러) 출시, 미국 내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 고객 1년 무상 제공 등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초반 공세로 인해 뉴욕 증시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주가가 7% 급등하여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넷플릭스의 주가가 3% 하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ESPN+: 인기 스포츠 10,000개 이상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Hulu: 2017년 시작된 미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3시간 18분의 예고편, 100년의 콘텐츠


그렇다면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을까? 지난 8월에 공개한 2분 분량의 티저 영상에는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디즈니 플러스 티저 영상 ⓒ Disney+


자신감의 원천은 100년 가까이 쌓아온 콘텐츠의 양과 질이다. 미키마우스를 시작으로 '피노키오(1940)', '덤보(1941)', '신데렐라(1950)' 등 디즈니의 초기작부터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라이온 킹(1994)', 비교적 최신작인 '라푼젤(2010)', '겨울왕국(2014)'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만날 수 있고, 여기에 '토이 스토리(1995)'와 '인사이드 아웃(2015)' 등 픽사의 작품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단일 프랜차이즈 시리즈 영화 상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세계적으로 엄청난 마니아 팬을 거느린 '스타워즈' 시리즈도 디즈니 플러스의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7500편 이상의 시리즈물, 25편 이상의 오리지널 드라마, 10편 이상의 오리지널 영화, 100편 이상의 최신 영화를 4K 고해상도로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서비스 시작일에 바로 감상 가능한 콘텐츠 목록을 예고편으로 공개했는데 그 분량 무려 3시간 18분이다.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로 시작해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리지널 드라마 '더 만달로디안'의 예고로 끝을 장식한다. 시작일의 라인업이 이 정도라니, 다시 한 번 디즈니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상이 긴 관계로 궁금하신 분은 디즈니 유튜브에서 확인해보자!)



디즈니 플러스의 관건은 '오리지널 콘텐츠'


지난 100년간 쌓아온 방대한 콘텐츠가 디즈니 플러스의 확고한 기반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중성과 흥행성도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그 콘텐츠들이 결국 MCU, 픽사, 스타워즈와 같은 기존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과 같은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만달로디안' ⓒ Disney+


당장 출시와 함께 공개되었거나, 앞으로 공개가 예정되어 있는 작품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기존의 흥행 브랜드에서 파생된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중 하나인 '더 만달로디안'은 스타워즈의 실사 드라마로, 제국이 몰락한 이후의 시대에 활약한 만달로디안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MCU의 팔콘 앤 윈터 솔져 ⓒ Disney+

물론, 기존 영화 브랜드의 팬에게는 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기존 영화 브랜드를 보지 않은 고객에게는 이전 작품을 모두 봐야한다는 사실이 높은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는 공개 예정인 MCU의 오리지널 드라마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밝힌 바로는 추후 MCU는 영화와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즉, MCU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 모두를 챙겨봐야 한다는 점이다. MCU의 영화를 소비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더 높은 장벽이 생긴 셈이고, 기존의 팬들에게는 어쩌면 조금의 부담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높은 충성도를 보유한 프랜차이즈가 있다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확실히 큰 힘이 되지만, 작품의 다양성을 기대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느냐, 기존의 흥행 브랜드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거름 삼아 작품의 다양성까지 추구할 수 있게 된다면 조심스럽게 예상해보건대, OTT 시장에서 더 이상의 적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디즈니 플러스는 2024년까지 콘텐츠 투자에 최대 100억 달러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서비스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지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끝으로 현재 공개되었거나, 공개 예정인 작품 중에 필자가 기대하고 있는 리스트를 카테고리별로 공유한다. 오리지널 영화 부문에서는 '아더왕의 검'과 같은 실사 영화화와 '나홀로 집에'와 같은 리부트가 눈에 띈다. 오리지널 드라마는 역시 '스타워즈'와 'MCU'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한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필자의 2020-2021 디즈니 플러스 기대작 ⓒ Disney+


*본 콘텐츠는 마케팅 스터티 매거진 <YOMA> Vol.16의 콘텐츠입니다. 더 다양한 콘텐츠는 <YOMA>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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