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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Oct 04. 2019

오늘도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산책갑니다

유튜브로 떠나는 추억 여행



ⓒ SBS KPOP CLASSIC


최근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며 느낀 것은,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나 예능을 요즘 사람들의 니즈와 취향에 맞게 재편집한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뉴트로’의 영향이 유튜브에까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음악 방송의 라이브 스트리밍도 만나볼 수 있는데, 요즘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는 어쩌다가 우리의 추억이 가득 쌓인 온라인 탑골공원이 된 것일까?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



유튜브에서 쉽게 만나는 추억의 레전드


‘OOO 명장면’, ‘OOO 레전드’ 


드라마와 예능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유튜브에서 한 번쯤 검색해봤을 키워드다. 이전에는 이렇게 검색을 해도 화질이나 구성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하나의 온전한 콘텐츠라고 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탁월한 큐레이션으로 좋은 영상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 원본 위에 자막이나 음향, 영상 효과 등을 총동원하여 ‘요즘 시청자’에 맞춘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레전드들… ⓒ MBCentertainment / SBS Catch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시청자를 위한 5분 분량의 스낵 콘텐츠부터, 관심과 재미만 있다면 긴 호흡의 영상도 소비하는 시청자에게는 10분 이상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실제로 필자는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길태미 모음’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경험이 있다. 영상의 길이는 무려 37분 18초였다. 그만큼 추억이 더해진 콘텐츠의 매력도가 대단하다는 것 아닐까. 



그 시절 그 노래를 생생하게


앞서 소개한 사례가 일방적으로 추억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이번에 소개할 사례는 소통하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콘텐츠다. SBS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온라인 탑골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음악 방송의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말 그대로 정말 과거의 음악 방송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인데, 최대 2만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다시 재결합한 핑클 누나들도 만날 수 있다 ⓒ SBS KPOP CLASSIC


음악 방송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한 것은 ‘SBS KPOP CLASSIC’ 채널로, 2019년 8월 7일부터 1990년대 후반 인기가요 방송을 24시간 동안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2020년 SBS 창사 30주년을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SBS 레전드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레트로 열풍에 발맞춰, 밀레니엄 시대의 콘텐츠가 트렌드에 부합된다고 판단해 이 시기의 음악과 인물, 패션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SBS 인기가요’를 첫 기획으로 선정했는데, 이러한 선택이 소비자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BS가 큰 인기를 끌자, KBS는 ‘가요톱 10’을, MBC는 ‘음악캠프’를 재가공해 선보이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음집이 있다 ⓒ Youtube


90년대 음악 방송 라이브 스트리밍의 큰 장점은 시청자들이 댓글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반가운 가수가 등장하면 같이 기뻐하고, 귀에 익은 추억의 노래가 나오면 같이 가사를 읊는다. 간혹 선을 넘는 댓글도 보이지만, 대체로 매너 있게 즐기는 댓글 문화는 보기에 좋았다. 


탑골공원이 노령층의 쉼터가 되어주듯이, 온라인 탑골공원은 80~90년대의 문화를 겪은 이들이 모여서 추억을 되새기며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추억’과 ‘신선함’을 선물하다


온라인 탑골공원이 이토록 인기가 많은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시의적절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사로서는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일상이 된 시청자를 붙잡을 콘텐츠가 필요했고, 긴 세월 동안 쌓아온 방대한 양의 콘텐츠와 기획 및 편집 노하우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레트로(복고)’부터 ‘뉴트로’까지 복고와 관련된 트렌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3040세대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과거 방송 콘텐츠가 반가울 따름이었고, 큰 호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1020세대에게는 그 시대의 역사를 보는 듯한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갔다. 그 시절을 아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그 시절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선물했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탑골공원, 앞으로도 잘 부탁해 ⓒ SBS KPOP CLASSIC


그저 추억팔이라고 치부되던 레트로는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이제는 유튜브에서 10~40세대, 더 나아가 50세대까지 파이를 키워가며 확장해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추억의 힘이 강할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요소에 현 시대적 감각이 조합된다면, 당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 콘텐츠는 마케팅 스터티 매거진 <YOMA> Vol.15의 콘텐츠입니다. 더 다양한 콘텐츠는 <YOMA>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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