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Jul 27. 2020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드라마 <나의 아저씨> 리뷰


어른: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생물학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어른'이 된 지 약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어른이라 칭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나 하나의 삶을 지탱하는 것도 쉽지 않고, 지켜야 할 것들은 많아졌으며, 점차 솔직하지 못한 상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른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런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어다.


이러한 와중에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정주행을 마쳤다. 미루고 미루다가 얼마 전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에 걸쳐서 감상했다. 논란이 많았던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고 나니, 그 속에는 어른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의 아저씨> 포스터 ⓒ tvN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아저씨'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과 주인공들의 나이차만으로 중년 남성의 판타지를 그렸다며 역겨워하는 이들이 있었고, 일부 장면에서는 데이트 폭력 미화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한 편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논란인지.


취향의 차이는 존중한다. 제목이나 캐릭터 설정, 기획의도만 보고 작품을 볼 지 안 볼지를 정하는 것도 물론 자유다. 다만, 1분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맹목적인 비판만 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이는 작품을 감상할 기본적인 자세도 안된 것일뿐더러 해당 작품에 관심을 가진 다른 이들에게도 민폐다. '아저씨'라는 단어를 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모든 것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의 아저씨> 스틸컷 ⓒ tvN


본 작품을 끝까지 감상한 필자는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나서 기뻤다. 지금까지 봐왔던 드라마와는 정서의 결이 다르다. 가슴에 내려앉는 말 한마디와 마음에 와 닿는 눈빛들로 가득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 덕분에 결말까지 본 이후에는 심적으로 편안함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선균 배우가 열연한 박동훈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보여준다. 박동훈이 보여준 어른이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지질함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드러내는 순간의 두려움을 견디며, 끝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또한,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도, 박동훈이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이다. 말이 쉽지 사회에서 점차 쌓아가는 것이 많을수록 누군가에게 솔직하기도, 누군가를 솔직하게 이끌기도 어려워지는 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의 아저씨> 스틸컷 ⓒ tvN


이지은 배우가 보여준 연기도 너무 좋았다. 가수 아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극 중 '이지안'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눈빛, 몸짓, 목소리 모두에서 그가 연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주연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적재적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이 짙다. 특히, 엔딩을 보며 다시 한번 드라마가 가지는 매력을 실감했다. 영화 대비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서사 속에서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일련의 논란 때문에 아직 정주행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꼭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삶의 무게를 견디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contents-note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영화제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