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팀장님은 인턴인 저에게 깜짝 미션을 주곤 했습니다.
영문 회사소개서 만들기처럼 꽤 실무적인 일도 하곤 했는데요.
이번 일만큼은,
제가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바코드를 만드는 일이었죠.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저희 부서는 티켓 하나를 새로 팔고 싶었어요.
평소처럼 공급처에서 대량으로 사 온 다음, 낱개로 소비자들에게 팔려고 했죠.
그런데 공급처에서는 완성된 티켓이 아니라 일련번호만 준답니다.
이를 바코드로 변환해서 pdf 티켓으로 만드는 것은 저희가 알아서 해야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죠.
그리고 이 일이 저한테 떨어질 줄이야!
<띵똥~ 미션이 도착했어요!>
수백 개의 일련번호를 개별 바코드로 변환해서 티켓으로 만들기.
"넵넵! 알겠습니다!"
일단 대답은 했지만,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막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과생인걸요?
문송합니다..
출처: https://namu.wiki/w/%EB%AC%B8%EC%86%A1%ED%95%A9%EB%8B%88%EB%8B%A4
우선,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척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 지금 큰일 났어. 내가 바코드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내? 이런 건 개발팀이 하는 일 아니야?"
"음. 아마도 너한테 해답을 찾으라고 준 과제는 아닌 거 같아. 나중에 개발팀이랑 회의할 때를 대비한 거 아닐까? 네가 바코드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그 사람들이랑 의사소통하니까."
뚜렷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오호라~
적어도 팀장님의 의도는 파악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있을 실무 회의에
인턴인 저를 데려갈 생각이었나 봅니다!
크 팀장님 갬동입니더~~~~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지)그 기대에 져버리기 싫어 나름대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문제를 구조화해봤어요.
두 가지 부분에서 자동화가 필요하더라고요.
1. 수백 개의 일련번호를 개별 바코드로 전환하기
2. 개별 바코드를 개별 티켓에 삽입하기
1번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유료 프로그램 같은 게 있더라고요.
문제는 2번이었는데요.
평소 저라면 바코드 하나하나 복사 붙여 넣기 했을 겁니다.
자동화 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에 직접 하는 게 더 빠를 테니까요.
출처: http://v12.battlepage.com/??=Board.Humor.View&no=40834음. 이건 마치 수학 문제 풀 때,
어떻게 풀지 방법을 고민할 시간에
직접 그려서 푸는 것과 비슷한 거겠죠? 하하
하지만 회사는 완성된 티켓 100장이 아니라,
10,000장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원했습니다.
이 방법을 찾아보려고 며칠 동안 검색만 했어요.
바코드의 원리부터 찾아보고, 관련 업체나 프로그램을 쭉 살펴봤죠.
우여곡절 끝에 힌트를 얻었습니다.
'메일 머지(mail merge)' 기능.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거 되게 고전적인 ms word의 기능입니다.
똑같은 편지를 주소만 달리해서 보낼 때 사용하는 기능인데요.
그때 메일 머지를 이용하면, word와 excel이 연동됩니다.
word에는 동일한 편지 내용이 있을 거고, excel에는 서로 다른 주소 목록이 있겠죠.
이 기능을 통해 각 편지마다 서로 다른 주소가 입력되는 겁니다.
이걸 응용을 하는 거죠.
편지 내용 = 변하지 않는 것 = 티켓에 들어갈 공통 정보(ex. 운영 시간, 전화번호, 회사 이름 등)
메일 주소 = 변하는 것 = 티켓 일련번호와 바코드
글로 풀기에는 좀 복잡해서 여기까지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는 일상에서 바코드 만들 일이 없을 테니까요 ㅎㅎ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방법
성공했습니다!
개발팀과 의논할 필요도 없이 해결됐어요!
아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팀장님은 바코드 이슈를 개발팀과 이미 얘기했었데요.
그런데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버리기는 아까워 저한테 시켜본 거래요.
제가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데요. 하하하.
저를 데리고 실무 회의에 참여한다는 숨겨진 의도 따위는 없었습니다.
이번 업무를 3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걸 나한테 시킨다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게 진짜 된다고?
이 과정을 통해서 제가 알게 된 건
아예 할 줄 모르는 일도 막상 해보면 할 수 있다는 것.
그 분야 사람들보다는 느리겠지만,
비슷하게라도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절대 잊지 않으려고요.
왜냐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뗀 제가
별 다른 연구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나마 지금 인턴이라서 해볼 만한 일이지.
정규직이 된다면, 그때는...
야근해가면서 몇 날 며칠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일이 있겠죠?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이 바코드 일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술부터 생각나겠지만,
술병에 있는 바코드를 보면서 생각하려고요.
저 근데 생맥주 좋아하는데... ㅋㅋ
바코드 없음..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