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 여행사 인턴에게 주어진 일이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턴의 일. 그 본질을 들여다 보기.

by 사람 여행자

이번 이야기는

인턴으로 있으면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지?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인턴으로 일한 지 두 달 정도 흘렀을까요.

갑자기 팀장님이 제게 말했습니다.


"경섭님. 저와 함께 부서를 옮기셔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적응하나 싶었는 데 팀을 옮긴다니요.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잠깐 들었을 뿐이고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


새로 옮긴 팀에는 팀장님, 매니저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만 있는 부서였어요.

정말 소박하죠?


하는 일은 유통업계의 사업개발팀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상품 하나를 팔기까지 아래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져요.

팀장: 어떤 상품을 새로 사 올지 분석. 글로벌 공급처와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상품 구매. 재고 및 유통 관리.
인턴(나): 경쟁사 가격 동향 파악 = 최저가 조사

이렇게 셋이 호흡을 맞춰가며 판매 목록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인턴 일의 본질

: 나에게 최저가 조사란?


인턴인 제가 했던 일이 몇 가지 있는 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일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최저가 조사였는데요.

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파는 상품을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얼마에 팔고 있는지 매일 아침 조사해야 했거든요.


여행 산업이다 보니, 판매 상품은 전 세계 관광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켓(입장권)과 교통패스였습니다. 이를 공급처에서 도매로 사들여 개별 여행자에게 소매로 팔았죠.

딱 유통업입니다. 온라인에 거래하니까 e커머스라고도 하죠.


그런데 문제는 다른 업체에서도 똑같은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네이버 검색창에,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이라고 쳐볼까요?

최저가 필터만 걸면, 똑같은 상품을 어느 업체에서 가장 저렴하게 팔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할 때 많이들 사용하고 계신 방법이죠?


위 이미지를 보면 최저가로 팔고 있는 A업체의 재고가 매진되지 않는 이상, BCD의 매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팔거나 (최상단에 있는 A업체 되기)

가장 저렴하게 파는 업체와 같은 가격으로 맞춰야 합니다. (A업체와 같은 가격으로 팔기)


그런데 가격을 맞추잖아요?

며칠 뒤 경쟁 업체의 가격이 50원 내려갑니다.

최상단에 올라가기 위함이죠. 하하.


저는 이렇게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지 않는지,

반대로 가격을 올려서 우리도 가격을 조금 올려도 되는지,

매일 분석했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요?


없어요.


하나하나 클릭해서 봐야 합니다.

타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실제로 얼마에 팔고 있는지 조사해야 해요.

상품 대표 가격과 실제 구매 가격에는 차이가 없는지, 할인 이벤트(쿠폰 적용)가 있는지 등 꼼꼼하게 봐야 합니다.

그것도 회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의 개수대로요.

100개가 있으면, 100개를 하나하나 검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졸음이 쏟아지도 했고, 정신이 나간 적도 있었어요.

'어?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기계적으로 하다 보니 무의식 중에 일할 때도 많았고요.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죠.


인턴이 하는 일.

원래 그렇잖아요?


"이 일을 도대체 하고 있는 거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저는 여기서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일만 하다가 나가는 거였어요.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본질을 파악해야 하나라도 더 배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저희 팀에서 가장 쉬웠을지라도

중요도가 낮은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한 상품의 최저가 조사를 똑바로 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 다른 업체보다 비싸겠죠.

비싸면 안 팔리겠죠.

그렇다고 가격을 확 낮춰버리면 남는 이익이 없겠죠.


다른 업체보다는 저렴하게, 그렇지만 이익은 최대한 남길 수 있게!

그 최적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가격을 조사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었어요.


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저희 홈페이지로 유입이 됐다면,

그 여행자는 다른 상품들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최저가 티켓 사러 왔다가 다른 상품도 더 구매해서 나가는 거죠.

마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의도치 않은 물건을 더 구매하고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그 책임은 초등학생이 질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일의 본질을 찾고 나니까,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도 꽤 해볼 만하더라고요.

이제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내가 퇴사하고 다음 사람이 들어오면, 나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상품을 요일별로 나눠서 조사했어요.

어떤 상품은 인기가 많아 매일 같이 가격 경쟁이 치열한 반면,

어떤 상품은 인기가 없어 판매하는 업체도 적더라고요.


경쟁이 치열한 상품은 매일 가격 동향을 파악했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동향을 살폈어요.

그랬더니 일 시간도 줄고, 최적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상품을 요일별로, 중요도별로 나눴을 뿐인데

일하는 시간을 하루 30분 정도 단축했습니다.


제 머리가 좀 더 비상했더라면, 8시간을 16시간처럼 일했을 텐데

그건 안되더군. 하하.


매일 반복되고 지루한 최저가 조사.

이 일만 줄곧 했다면 저는 계약했던 3개월만 하고 나갔을 겁니다.

반복되지 않고 지루하지 않은 일도 했기 때문에

3개월을 더 연장했어요.


어떤 다양한 일을 했는지는

다음 이야기에서 들려드릴게요 :)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


혹시 질문이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댓글로 남겨주세요.

낮은 자세로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스타그램: yoon_istraveling

이메일: yoonistraveling@gmail.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