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내집마련기 10
적금과 예금만으로는 돈이 잘 모이지 않았다.
아무리 아껴도 속도가 나지 않았고, 이대로는 언제까지고 제자리걸음일 것 같았다. 그래서 은행 상담을 통해 처음으로 ‘투자’라는 것을 권유받았다.
당시 투자 안전성향이던 나에게 은행 창구에서 만난 직원은 펀드를 이야기했다.
한 달에 십만 원만 넣어도 되고,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었다. 당시의 나는 펀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적금처럼 꾸준히 넣는 거라면 크게 다르지 않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십만 원짜리 펀드 두 개를 가입했다.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숫자는 올라가 있었다.
5%, 10%.
빨간색으로 표시된 수익률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들떴다. 돈이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었다. 들뜬 기분에 엄마에게도 펀드를 추천했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아.”
수익률이 오른다는 건,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미 채권 투자로 한 번 마음이 다친 뒤였던 터라 직접 투자보다 전문가들이 하는 간접투자가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날, 펀드 수익률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집 안의 공기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하루가 다르게 숫자가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불안은 커졌다.
엄마는 결국 참지 못했다.
약 10% 손해를 보고 펀드를 해지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도 해지하고 싶었다.
다만 그때는 은행에 갈 여유가 없었다. 일하느라,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이틀 미뤄졌고,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어느새 해지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셈이 됐다.
그러기를 세 달쯤 지났을까.
마이너스였던 펀드가 어느 날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내 +15%를 찍고 있었다.
펀드는 떨어지기도 하고 오르기도 했다.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갔을 때, 적금처럼 생각했던 이 돈이 망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초보 투자자였다. 적금 통장을 매일 들여다보며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듯, 초기에 기준을 정해두고 그 가격이 될 때까지 담담하게 기다렸어야 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우리가 자주 사고팔수록 수수료는 늘어나고, 결국 은행만 돈을 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담대함.
내가 펀드 투자를 하며 처음으로 배운 단어였다.
코로나19 시기, 삼성전자 주가가 4만 원대까지 내려갔을 때였다.
뉴스에서는 연일 불안한 이야기만 흘러나왔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크게 겁이 나지 않았다.
‘설마 삼성이 망하겠어?’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분석도, 전략도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회사, 내가 쓰고 있는 제품,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감각. 그 정도였다. 그래서 큰돈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내가 좋아하던 몇몇 대기업 주식들 중에서 3~4개를 추려 첫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매일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주식 시장은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모두가 ‘9만 전자’를 이야기했고, 주가는 빠르게 올랐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주식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 자만심으로 카카오 외 몇 개의 주식들을 계속 추가매수했다.
계속 오르고 있었고, 더 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른 주식들 역시 오르고 있었지만, 고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이미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주가는 내 기대와 달리 흘러갔다.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10%, -15%, -20%.
이쯤 되면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팔면 손해를 확정 짓는 것 같았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등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다. 풍문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가 물타기하는 좋은 타이밍이라는 말에 추가매수를 계속 했다. 더이상 추가매수 할 돈이 없을 때까지.
2025년 12월, 여전히 마이너스인 채로. 그렇게 귀한 돈은 지금도 그 자리에 묶여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안다.
판단을 미룬 결과로 큰 돈이 묶여있다는 것을.
재테크라는 것에 눈을 떠볼까했는데 이도저도 못하고 종종 망연자실하며 수익률을 확인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참 쉽지 않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종목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오르고 하루 떨어지는 숫자에 반응하다 보면, 결정은 감정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려울 때 팔고, 들뜰 때 사고. 그래서 나는 이제 큰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잃어도 감당할 수 있는 돈으로만 한다.
그 돈을 수업료라고 생각한다. 마이너스가 나면 실패가 아니라 기록이라고 여기려 애쓴다.
물론 모든 투자가 ‘버티면 된다’는 건 아니다.
내 카카오 주식처럼, 내려놓지 못해 돈을 묶어두는 실수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건가.
버틸 뚝심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손절할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나는 적은 돈으로 배웠다.
나는 여전히 금융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차트도 어렵고, 복잡한 용어도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투자는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마음의 싸움이라는 것. 오르내림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 기다릴 수 있는 인내,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마이너스 펀드와 마이너스 주식을 지나오며 나는 지금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수익률보다 먼저, 내 마음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한다.
참고로 삼성전자 주식은 2023년 여름, 약 20%의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 상가를 구매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 이야기는 미혼모의 집 마련과 생존을 기록한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