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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Feb 23. 2024

기억은 추억이 된다.

마지막 기억이자 추억.. 끝.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


기억은 추억이 된다.


모든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언젠가는 기억에서 가물가물 해지는 추억으로 남는다.




2월도 보름만을 남긴 깊은 밤, 새벽 1시경.


브런치스토리의 한 작가님의 흥미로운 소설을 보다가 취침 시간을 놓쳐, 부랴부랴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던 그때,

저장되지 않은, 낯익은 전화번호로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였다. 번호를 외우지 못했지만 눈에 익는 숫자들이 보였다. 저번 통화를 하고 2주 정도 지난 뒤다.


받지 말았어야 했다. 아침 출근해야는데 전화를 받은 이후로 1시간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 2시가 되어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똑같은 패턴에 똑같은 레퍼토리, 여전히 술에 취했고 저번보단 취하지는 않은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좀 더 저돌적이다.

직접 입 밖으로 미련이 남았다는 말, 그리고 저번과 똑같이 보고 싶다는 말, 보러 가면 안 되냐는 말 등.. 도돌이표다.


조금은 막무가내 여서 술 안 마셨을 때 맨 정신으로 잘 생각해서 전화하라고 했지만 당연히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원래 그녀는 본인이 하고 싶다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으니.


자야 된다고 나중에 통화하자 하니 “내가 완전 ‘을’이다 “라는 말을 하더라.


전에 내가 썼던 글이 생각이 난다.

항상 ‘을, 병, 정’이었다면 단 한 번이라도 그걸 받아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갑‘이라는 거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갑질!!


                내가 드디어 ‘갑’이 된 것인가??


하지만 ’ 갑‘이고 ’을‘이고 하고 싶지 않다.

이제 우리 사이는 그런 것을 논할 사이도, 그런 것에 의미를 부여할 사이도 아니다.


그러고 난 후 본인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조금 뒤 또 전화가 온다.

나를 만나면, 얼굴을 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떼를 쓴다.


만약 나도 술을 마셨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거부했다. ‘너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고.’


통화내용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통화 중간중간에 재차 확인을 하긴 했지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그거야 모르는 일이고, 알 필요도 없는 일이고.


나도 사람인지라 이제까지는 연락이 오는 그녀의 용기에 고맙고 그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되기에 받아줬지만 이대로두면 내 정신도, 마음도 피폐해질 것 같아서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앞으로 전화하지 마!”


“그럼 차단을 하던가!”라고 응수를 한다.


그러고는 몇 마디를 더하다 서로 기분이 나빠 전화를 끊었고, 몇 분 뒤 벨소리가 한번 울리다 부재중으로 바뀐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지, 이제 포기한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흔들렸다. 지금도 흔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내 마음속 한켠에서는.


하지만 더 나아가봐야 서로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에..

맞추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단지 맞추는 것뿐이다.

한번 틀어진 부분은 맞춰도 틈이 생겨 또 틀어지게 되어 있다.

어느 정도껏 맞추는 것이지 전부 다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이후에도 며칠에 걸친 몇 번의 통화와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피꺼솟’ 하는 최악의 상황과 그녀를

‘수신차단’까지 하게 된 결말의 이야기가 더 있지만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아 패스한다.


혹시? 는 예상대로였고 역시는 역시였다.


여기까지의 좋던 나쁘던 그녀와의 기억을 끝내려고 한다. 추억으로.

앞으로 어떠한 에피소드가 생기더라도, 글로라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며 나에게는 잘 이겨낼 수 있던 날들이었다.(그녀가 나쁘게 표현이 된 것 같긴 하지만 뭐 내 글이기에 이기적이어도 되지 않겠나 싶다. 아니어도 내 알 바는 아니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 만큼의 대인배는 아니기에 행복하기를 빌어줄 수는 없지만 그냥 나 없이도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과 본인과 똑같은 사람 만나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없던 그때는 너 때문에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난 너 없이도 행복하다.




            눈부시게 빛나던 다시 오지 않을 시간도


                눈물 훔치며 걸어온 기나긴 날들도


           사랑한다 모두 다 여기 그대와 나 있음에


                           기억은 추억이 된다.

‘기억은 추억이 된다.’ - 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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