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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Feb 18. 2024

없는 거 잡으려고 있는 거 놓치지 마.

평생 있는 거 아니니까.

“그냥 이야기하고 싶었어.. “


5분 뒤..


“별다른 뜻은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

(엥?? 뭔 개소리야?? 북 치고 장구치고 자진모리장단??)


반응하지 않아. 흔들리지 않아. 나는..


그냥 읽씹을 했다.

이젠 대충 왜 연락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즐기고 나니 이제야 좀 내 생각이 나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 마음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비슷한 시간에 전화가 오더라. 딱 자려고 누웠는데.. 이번에는 타이밍을 잘 맞췄네..


그녀가 연락하는 이유를 그 입으로 듣고 싶어 전화를 받았고, 생각한 대로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왔더라.

예전이었으면 그 모습까지 귀여웠을 텐데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된다.


‘저렇게 술을 자주 마셔서 어떡하려고..’


전화를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에 확신을 더하게 되었으니..


전에 통화했던 건 물론이고 글로 남기지 않은 것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무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졸였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술에 취해 대화도 안되는데 ‘우리 집에 오면 안 되느냐’

‘보고 싶다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나 또한  ’ 안된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역시 우린 맞지 않는다. 서로의 주장만 하고 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끊어버린다.

그리고 몇 분뒤 온 메신저에는 앞으로 연락할 일 없단다.

“제발이다.”


그리고 몇 분뒤..

“내가 미련이 남아서 그래.”

자존심에 하지 못하던 말을 헤어진 지 3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참지 못하고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을 우연히라도 보게 되었고, 재회한다하더라도 그녀를 믿을 수 없다.


우연히 영상에서 보게 된 것과 그것으로 인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로 내 마음을 전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답문에 어이가 없었다.


“후앙ㅜㅜ 보고 싶은데.. 알겠어.. “

뭔가 지금의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고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괜히 주저리주저리 했다. 이제 여기까지. 잘 지내고 수고해라.”라는 답문으로 마무리를 하고 내 마음의 문도 닫아버렸다.




언젠가는 재회를 바랐던 때도 있었다.

나의 잘못으로 헤어짐의 불씨를 집혔고 그게 마음에 걸려서 내가 좀 참는다면 다시 잘해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헤어진 이유가 어찌 됐건 싸움의 이유가 생각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의 주장만을, 신뢰조차 쌓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SNS에 보면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백 가지는 나온다.

아마 내가 헤어져서, 그런 게시물을 자주 봐서 ‘알고리즘’이란 시스템 덕분(?)에 질리도록 볼 수 있었다.

그때는 공감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수많은 이유 중 확실한 이유는.

1. 헤어진 이유로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

2. 헤어진 동안 상대방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데 다시 만나면 그게 신경 쓰여 혼자 상상하고 괴로워한다.

3. 헤어졌던 기억에 서로 조심은 하지만 눈치만 보며 온전한 마음을 다하지 못한다.


내가 공감하는 확실한 이유 세 가지이다.


미련이 남았다는 말에 언젠가는 흔들릴지도, 생각이 나서 그리움과 아쉬움을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어차피 다시 만나도 얼마가지 못 할 사이다.


그리우면 그리워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오직 그리움만을 느끼며 흘러가는 대로, 더 나아가지 않게.


미련에 발목 잡히지 않고 후련한 삶 속에 빠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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