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부부

그래, 그 정도쯤이야

by HAN

오랜 시간을 함께 해도

여전히 의문인 너

그러고 싶을까?


화를 낼까 웃을까

가만히 바라본 네 눈에

내가 있다


어쩌자고 넌

그 안에 있니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큰 아이도

나온 작은 아이도

네 안에 다 있구나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아이들과 닮은 우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

여전히 의리인 너

그래, 그 정도쯤이야




오랜 시간을 부부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서로 달라서 매일 싸우지만 보이지 않게 서로의 색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이렇게 젊으셨던 분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거동조차 버거운 상황이 된다는 것이 슬프다. 어르신들의 몸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차에 오르내리는 속도다. 아빠는 진작 몸을 빨리 움직이지 못하셨고 엄마는 그나마 괜찮으셨는데 요즘 부쩍 속도가 느려지셨다. 며칠 전 내려드리고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쩍 말라 금세라도 넘어지실 거 같은 모습이셔서.


아빠는 전부터 조카가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 하셨다. 장거리 여행을 가기가 조심스러워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부모님 57번째 결혼기념일을 명분 삼아 언니가 갑자기 그 곳에 가는 여행을 추진했다.


여행 따라가기에 앞서 부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쓴 글이다.


다른 부부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은 여전히 똑같은 주제로 싸운다. 그러면서 서로 걱정한다. 나이가 들면 그냥 의리로 사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기쁨을 위안삼아. 그냥 편협한 내 기준으로 그렇다.


부모님께도, 우리에게도 좋은 여행이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그 정도쯤이야 라는 말이 버겁지 않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 혹시라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