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빠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아버지다.
어린 아빠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버렸다. 아버지 없어도 된다고.
죽음에 가까이 가는 아빠는 아버지가 그리우신가 보다.
아버지를 원망했었고, 아버지를 버렸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다고.
"그래도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는 했어야지"라는 내 말에 아빠는 그러셨다.
잘 되셨으면 좋았을 것을 말년에 망하셔서 힘든 삶을 사셨는데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었겠냐고.
어떤 모습이었어도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이 말에 그냥 눈물이 난다. 할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아빠 때문에.
할아버지 이름으로 온 세 개의 무공훈장은 아빠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명분이나 계기가 되신 거 같다. 아빠는 얼마 안 되지만 국가 유공자 지정 후 나오는 10만 원을 모으셨고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어 하신다. 할아버지의 이름과 아빠의 이름으로.
소처럼 열심히 일하셨던 아빠는 우리에게 무언가 남겨주고 싶어 하셨다. 그게 쉽지 않으셨기에 아빠에게 할아버지의 훈장이 더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아빠랑 울진 여행을 다녀오면서 앞으로 내가 아빠의 이름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애써온 아빠 삶이, 아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냥 묻히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