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직장에서 퇴사한 지 딱 1년이 됐다. 중간에 임시로 몇 개월 근무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직도 뭔가 다른 걸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난 1년의 방황을 끝내고 하나에 마음을 두려고 한다. 나의 소명에. 내가 전공한 일에.
내가 직업 때문에 고민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30년을 전공 관련 일을 해 왔지만 난 중간쯤에서 길을 잃었고 어긋난 사랑처럼 점점 마음에서 멀어졌다. 1년 동안 다른 곳을 기웃거리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어쩌면 나의 두려움은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처럼.
그래서 멀어져 있던 마음을 돌려 이제 어긋난 사랑을 바로 잡아보려고 한다.
난 나의 전공을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삶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실현하는 좋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 어려운 것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잠시라도 나의 직업에 온전히 마음을 주고 싶다.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하는데 비가 한두 방울 얼굴을 스친다. 순간 비가 많이 올지도 모르니 준비하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인가 보다.
난 근로자로 돌아가기로 했고 어제 첫 출근을 했다. 아직 인계하는 분이 계시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지도 모른다. 둘째 날인 오늘은 아침부터 기계가 작동이 안 돼서 어수선했고 퇴사하실 분이 이유를 확인하고 해결을 하셨다. 기계랑 친하지 않은 나는 아침 빗방울이 생각났다.
비가 많이 와도 어딘가 쓸모가 있는 것처럼 다시 맞는 어려움은 나름 의미가 있을 거니까 그냥 담담히 가보려 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와도 괜찮다.
두려움이 온전한 사랑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삶의 기반이 되면 좋겠다.
사진은 오늘 퇴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회식에서 찍었다. 나 먹으라고 덜어서 담아주신 음식이 너무 예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