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희미한 모습처럼
지난 글에서는 전자약이라는 새로운 지휘자가
‘몸의 오케스트라’를 조율하는 혁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하시는 분들은
지난 글 맨 마직막에 있는 전자약 기초 자료(도식화)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전자약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여기서 '가소성(可塑性)'은 한자어로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변화하는 능력을 설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활용됩니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분야를 비롯하여 재활의학, 정신건강, 인지과학, 학습과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아래는 신경가소성의 핵심 개념입니다.
뇌를 숲에 비유해서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
우리의 뇌는 한번 만들어지면 변치 않는 오래된 지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길이 생기고, 쓰지 않는 길은 사라지는 살아있는 '숲'과 같습니다.
하지만 숲이 스스로 길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이 씨앗을 실어 나르고, 비가 내려 땅을 적시고, 햇살이 비추며 새싹을 틔우듯,
우리 뇌의 숲도 의지적인 노력과 경험이라는 동력으로 변화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는 '바람'이 되어
희망의 씨앗을 뿌립니다.
포기하지 않는 운동과 훈련은
'비'가 되어 뇌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따뜻한 상호작용은 '햇살'이 되어,
잠자고 있던 신경세포를 깨우고 새로운 연결을 싹트게 합니다.
이처럼 뇌가 우리의 의지와 경험에 응답하여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릅니다.
숲 속의 길은 뉴런(신경세포)과 뉴런의 연결점인 ‘시냅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 자주 다니는 길은 넓고 튼튼해집니다 - 장기강화, LTP: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면 해당 신경 회로는 더욱 강하게 연결됩니다.
* 오랫동안 찾지 않는 길은 희미해집니다 - 장기저하, LTD:
우리를 괴롭히던 부정적 사고 회로의 연결은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 세포 간 연결이 강화되는 과정이고,
구조적 가소성은 뇌의 신경 회로 자체가 재구성되는 과정입니다
전자약의 ‘작은 토닥임’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합니다.
비활성화되었던 긍정적 회로에 부드러운 자극을 주어
다시 '자주 다니는 길'로 만들어주고,
심지어 새로운 가지(수상돌기)가 뻗어 나가
완전히 새로운 길(시냅스)을 만들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바로 절망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움트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뇌가 단순히 길을 넓히고 새로 내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나무(뉴런)를 심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기억과 감정을 조율하는 숲의 중심, '해마'에서는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신경세포가 태어납니다.
전자약의 자극은 이 새로운 생명이 잘 자라날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선
숲을 돌보는 '정원사'들이 필요합니다.
* BDNF (뇌유래 신경영양인자):
성장 촉진제'처럼 새로운 뉴런과 시냅스가 자라는 것을 돕는 핵심 단백질입니다.
* 도파민, 세로토닌:
'기분 좋은 햇살'처럼 뇌 전체의 활력과 안정을 찾아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전자약은 이러한 이로운 물질들이 적재적소에 분비되도록 유도하여,
뇌라는 숲이 스스로 회복할 힘을 되찾게 합니다.
결국 전자약이 행하는 ‘통역’은, 뇌가 가진 본연의 힘,
즉 '신경가소성'을 부드럽게 깨워주는 일입니다.
강제적인 명령이 아니라, “괜찮아, 이쪽으로 다시 걸어볼 수 있어”라고 속삭이며
멈춰 있던 발걸음을 다시 떼게 하는 따뜻한 격려입니다.
우울, 통증, 혹은 뇌 손상으로 인해 길을 낼 동력을 잃어버렸을 때,
전자약은 가장 필요한 곳에 씨앗이 뿌려지도록 돕는
'바람의 방향'이 되어주고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주는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줍니다.
그것은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엄마의 약손'처럼,
기술의 형태를 빌려 우리 곁에 머무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회로의 재편과
그 과정의 애씀을 상상하며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희미한 모습을 그렸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품고 있는 따뜻한 존재.
다음 글에서는 면역계와 내분비계가 펼치는
생명의 균형과 조화의 언어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그곳에서도 작은 토닥임은 여전히
생명을 향한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